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이 공개한 스펜서 레인, 예브게니아 쉬스코바·바딤 나우모프 부부, 지나 한의 사진. 게티이미지
지난 3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벌어진 여객기와 군 헬리콥터(블랙호크)의 충돌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여객기에 몸을 실었던 한국계 피겨 선수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가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여객기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군 헬리콥터 탑승객 3명 등 총 67명 중 생존이 확인된 이는 아무도 없다. 비행기가 추락한 포토맥강의 수온이 영하에 가깝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전원 사망에 무게가 실린 상황. 여객기 탑승자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여러 추정이 꼬리를 물고 있다. 다만 불과 며칠 전 인근 지역(위치토)에서 열린 피겨 대회(21~27일)에 참가한 선수와 부모, 코치들이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국계 선수도 최소 2명 포함됐다.
미국 야후 뉴스를 비롯한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과 관련한 최소 6명의 관계자가 사고 비행기를 이용했다. 이중 한국계 10대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Jinna Han)과 한국계 입양아이자 10대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스펜서 레인(Spencer Lane)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 모두 어머니와 탑승했으나 구조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더그 제그히베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 최고경영자(CEO)는 "6명이라는 숫자는 우리에게 끔찍하다. 하지만 6명보다 많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며 "이번 사건은 우리 스케이팅 커뮤니티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제그히베는 "스펜서 레인은 가장 좋은 의미에서 미친 아이였다"며 "놀라울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스케이트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상급 선수로 급부상했다. 매우 재밌었고 두뇌가 좋았다. 좋은 생각을 하는 아이였다"라고 회상했다. 제그히베는 지나 한에 대해선 "정말 멋진 아이였다"며 "훌륭한 운동선수이자 경쟁자였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였다"라고 전했다.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이 공개한 스펜서 레인, 예브게니아 쉬스코바·바딤 나우모프 부부, 지나 한의 사진. 게티이미지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은 이번 사고로 1994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페어 부문 우승자 출신 예브게니아 쉬스코바·바딤 나우모프 부부도 잃었다. 두 사람은 2017년부터 해당 클럽에서 스케이팅 코치로 몸담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부부의 외동아들이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막심 나우모프가 이들과 별도의 항공권을 이용, 화를 면했다는 점이다.
한편 최소 10명의 전도유망한 스케이트 선수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고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쉬스코바·나우모프 부부가 지도한 루드밀라 벨리코바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4명의 스케이터와 트레이너가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ISU는 '비극적인 사고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라는 설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