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그야말로 진땀 끝에 2024~25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라운드에 진출했다. 잉글랜드 5부리그에서도 중하위권 팀인 탬워스FC를 상대로 연장 혈투를 치르는 굴욕적인 경기를 치렀다. 급기야 에이스 손흥민이 연장전 조커로 나섰다. 기대를 모았던 양민혁은 엔트리에서 제외돼 토트넘 데뷔전이 무산됐다.
토트넘은 12일(한국시간)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FA컵 3라운드에서 90분 정규시간을 득점 없이 마친 뒤 연장전에서 3골을 만들어낸 끝에 3-0으로 승리했다. 탬워스는 잉글랜드 내셔널리그(5부) 24개 팀 중에서도 16위에 머물러 있는 팀이다.
가까스로 FA컵 4라운드에 오르긴 했지만, 토트넘은 자존심을 잔뜩 구긴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반대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을 상대로 연장 접전을 펼친 탬워스는 구단 역사에 남을 성과를 냈다.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손흥민은 토트넘이 득점 없이 정규시간을 마치자, 30분의 연장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투입됐다. 토트넘 입장에선 5부 팀을 상대로 캡틴이자 에이스인 손흥민 카드까지 쓴 셈이 됐다. 반면 경기 전부터 토트넘 데뷔전 가능성에 많은 기대를 모았던 양민혁은 이날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토트넘 데뷔전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티모 베르너를 중심으로 미키 무어, 브레넌 존슨을 양 측면에 포진시키는 4-3-3 전형을 가동했다. 제임스 매디슨과 이브 비수마, 파페 사르가 중원에 포진했다. 세르히오 레길론과 아치 그레이, 라두 드라구신, 페드로 포로는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안토닌 킨스킨. 5부 팀을 상대로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기 보다는, 일부 주축 선수들을 그대로 선발로 기용했다.
골대 그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탬워스 선수가 동료 목말을 타고 테이프로 급하게 수선할 만큼 어수선했던 분위기. 토트넘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상대 드리블 돌파에 이어 슈팅을 허용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에도 토트넘은 인조잔디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토트넘은 매디슨이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탬워스 골문을 노렸으나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오히려 탬워스의 강력한 압박에 자주 흔들렸다. 토트넘은 전반 점유율이 80%에 가까웠으나 슈팅은 단 6개에 그쳤다.
후반에도 토트넘은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탬워스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매디슨의 슈팅이나 베르너의 헤더 모두 상대 골키퍼나 수비수 벽에 막혔다. 최전방에 포진한 베르너에게 여러 차례 기회가 찾아왔지만 슈팅은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몸을 날린 탬워스 수비진의 육탄방어도 좀처럼 뚫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6분의 추가시간 막판엔 극장골 실점 위기가 잇따라 나왔다. 다행히 상대 슈팅을 드라구신이 문전에서 막아내거나, 문전에서 나온 상대 헤더나 슈팅이 막히면서 충격패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결국 90분의 정규시간은 득점 없이 마무리됐다. 정규시간 슈팅 수는 토트넘이 13개, 탬워스는 9개였다.
이미 자존심을 잔뜩 구긴 토트넘은 연장전에 돌입하자마자 캡틴 손흥민과 데얀 쿨루셉스키, 제드 스펜스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 포진해 상대 수비를 끌어냈고, 날카로운 코너킥을 통해 기회를 만들었다.
팽팽하던 0의 균형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깨졌다. 손흥민이 미드필드 지역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이후 기습적인 프리킥이 문전으로 향했고, 존슨의 빗맞은 슈팅이 문전으로 흘렀다. 앞서 교체 투입된 도미닉 솔란케의 슈팅이 빗맞은 사이, 탬워스 수비수 네이선 츠히쿠나의 발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연장전에 나온 극적인 선제 득점. 그러나 연장전에 돌입한 것만으로도 토트넘 선수들은 웃을 수 없었다.
이후에도 토트넘은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추가골을 노렸다. 그리고 연장 후반 2분 토트넘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파고들던 손흥민이 쿨루셉스키에게 절묘한 패스를 건넸고, 쿨루셉스키가 이를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어시스트.
궁지에 몰린 탬워스도 막판 반격에 나섰으나 토트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연장후반 13분 존슨이 문전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경기는 5부리그 팀과 120분 혈투를 펼친 끝에 토트넘의 3-0 승리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