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내란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직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헌법상 대통령이 직무를 중단하는 절차는 탄핵과 자진사퇴 두 가지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임기 등 거취 문제를 여당인 국민의힘에 일임한다고 했으나, 법적 권한이 살아있는 현직 대통령이다. ‘피의자 현직 대통령’이 현실화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 절차에 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때문에 조만간 수사기관의 칼날이 윤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 내 집무실 등도 강제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순한 출석 조사나 방문 조사, 제삼의 장소에서의 대면조사 등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만에 하나 내란죄 혐의로 체포·구속 수사가 이뤄질 경우 고도의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은 이미 윤 대통령을 체포해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파상 공세에 나선 상황이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쓰여 있다. ‘궐위’는 ‘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을 의미한다.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궐위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를 말한다”며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 신병을 확보한 전례도 없고, 이를 궐위로 봐야 할지를 판단하려 해도 누가 판단해야 하는지 모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사실상 2선 후퇴 의사를 시사하며 정국 운영을 여당과 국무총리 등 정부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기에 총리가 권한대행은 아니다.
당장 야권은 이를 두고 “위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당 대표와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직을 유지하며 수사를 받는 동안, 정치적 혼란에다 법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이 나올 때까지 즉각 직무가 정지된다. 탄핵 통과에 따른 직무 정지는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현재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수사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검찰이 자신을 피의자로 적시하자, 검찰 수사를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치권이 탄핵 국면에 돌입한 바 있다.
같은 해 11월 20일 검찰이 박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범죄를 공모한 피의자라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하며 국회의 탄핵 절차를 통해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 탄핵 심판으로 가서 법리 논쟁 장기전을 펼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며 파면됐다.
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