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9회 초 조병현이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4.08.11/
오른손 투수 조병현(22)은 올 시즌 SSG 랜더스의 수확 중 하나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즌을 마쳤을 때 그의 이름 앞에는 '마무리 투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성적이 수준급이다. 시즌 76경기에 등판한 조병현은 4승 6패 12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후반기에는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차 5강 경쟁을 이끌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특히 9월 임팩트가 강력했다. 월간 1홀드 8세이브를 수확하면서 실점하지 않았다. 13이닝 무실점. 9명의 승계주자 득점을 모두 막아내 불펜 평가 지표 중 하나인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마저 '0'이었다. 월간 피안타율은 0.024(45타자 41타수 1피안타). 조아제약과 본지는 조병현을 9월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그는 "팬분들께서 응원을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이 상을 받을 수 있는 거 같다. 감사하다"라며 "뒤에 계신 선배님들을 믿고 던졌다. (포수인) 이지영 선배님께서 리드를 잘해주신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지난 시즌까지 조병현의 1군 성적은 2021년 3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2021년 입단 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그는 2022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합격, 병역을 해결했다. 많은 실전을 치르며 경기 감각을 키웠고, 그 결과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이숭용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조병현은 "솔직히 이렇게 괜찮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감독님과 코치님의 믿음이 컸다"라며 "스프링캠프 때 송신영 투수 코치님께서 포크볼을 새롭게 알려주셨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전에는 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포크볼을 던졌는데 송신영 코치는 직구 그립을 조언했다. 조병현은 "그립을 바꾸면 더 좋은 포크볼을 던질 수 있다며 직구처럼 생각하고 던지라고 하셨다. 그게 잘 맞았다"며 "올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도입되면서 하이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로) 많이 잡아주더라. (떨어지는 궤적의) 포크볼과 상하 조합이 괜찮았던 거 같다"라고 흡족해했다. 조병현은 투구 시 손에서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키(1m82㎝) 대비 상당히 높다. 현장에선 투구 각이 커 공략하기 까다롭다는 얘기가 나온다.
2024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대 1로 승리한 SSG 포수 이지영과 투수 조병현이 자축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2024.08.21/
조병현의 위력을 상징하는 건 탈삼진이다. 시즌 9이닝당 탈삼진(KK/9)이 11.84개. 최소 50이닝 이상 소화한 39명의 불펜 투수 중 1위다. 지난 6월 26일 인천 KT 위즈전부터 30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10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KBO리그 10타자 연속 탈삼진은 1998년 5월 14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달성한 이대진(당시 해태 타이거즈)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불펜 투수로는 사상 첫 대업이었다. 조병현은 "내 공을 믿고 던졌다. 자신 있게 들어가니 결과가 좋게 나온 거 같다. 아직 부족하다. 더 노력해야 한다"라며 몸을 낮췄다.
조병현은 지난 11일 발표된 2024 WBSC 프리미어12 '팀 코리아' 훈련 소집 명단(35명)에 포함됐다. 최종 엔트리 승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나이와 기량을 보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그는 "대표팀에 뽑히면 진짜 너무 감사하고 좋을 거 같다. 몸을 잘 만들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니까 긴장도 된다"며 "올해 1군 첫 풀 시즌이었고 이렇게 많이 던진 경험이 없어 걱정도 되지만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생각보다 홈런(8개)을 많이 맞았다. 피홈런을 줄이면서 올해 채우지 못한 탈삼진 100개(2024시즌 96개)를 내년 목표로 해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와 KT 경기. SSG 투수 조병현이 9회 등판 역투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202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