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기차 구매 장벽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할인폭을 늘리고 기존 기본 트림보다 저렴한 실속형 트림도 내놨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포비아(공포증) 현상까지 겹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를 가격으로 유인하겠다는 고육지책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한 달간 국내에서 5만8087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4.6%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부분은 전기차 판매량이다. 지난달 인천 청라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안전 우려가 커지며 현대차 판매량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22.9% 늘어난 48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출고를 시작한 '캐스퍼 일렉트릭' 효과(1439대)로 여겨진다.
다만 신차를 제외한 나머지 전기차가 대부분은 부진했다. 지난 3월 부분변경 모델이 나온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아이오닉5의 경우 8월 판매량이 1222대로 한 달 전보다 31% 줄었다. 7월 508대 팔린 코나EV도 8월 판매량은 263대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는 밀어내기식으로 전기차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당장 이달 아이오닉6를 구매하면 최대 1050만원을 깎아준다. 기본할인 100만원, 'EV(전기차) 10만대 판매' 기념 100만원 할인, 2024년 7월 이전 생산 차량에 300만원 할인 등이 적용됐다.
다른 차종의 최대 할인폭은 아이오닉5 850만원, 아이오닉5 N 620만원, 코나EV 685만원, 포터2 EV 805만원 등이다.
전기차의 할인폭은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할 수 없다. 내연기관차의 최대 할인 폭은 그랜저 280만원, 그랜저 하이브리드 130만원, 싼타페 190만원, 싼타페 하이브리드 90만원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이달 일부 사양을 줄이고 가격도 함께 낮춘 ‘E-Value+(이 밸류 플러스)’ 트림도 내놨다. 적용 차종은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이다.
이 밸류 플러스 트림은 현대차가 전기차 구매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출시한 엔트리 트림이다. 아이오닉5는 스탠다드 모델 기준 가장 저렴한 익스클루시브 트림 가격 4990만원보다 낮은 4700만원이 이 밸류 플러스 트림 가격으로 책정됐다.
코나 일렉트릭은 종전 엔트리 트림 가격 4352만원보다 200만원가량 낮은 4142만원, 아이오닉6는 250만원 가량 저렴한 4695만원이 이 벨류 플러스 트림 가격이다. 4000만원 중반대 가격인 만큼, 보조금을 적용하면 3000만원 중반에서 후반대 가격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가 쏘아 올린 공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아우디와 BMW는 최대 20% 선의 할인을 시행 중"이라며 "향후 전기차를 할인하는 업체는 더 늘려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