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호와 정나은이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결승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극마크와 태극마크가 붙었다. 세계랭킹 2위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 조와 세계랭킹 8위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조가 올림픽 결승전 티켓을 두고 혈전을 펼쳤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서승재-채유정 조와 맞대결을 펼친 끝에 2-1(21-16, 20-22, 23-21)로 승리하고 대회 결승에 올랐다.
이날 맞대결 전까진 서승재-채유정 조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랭킹도 높았고, 도쿄 올림픽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거치며 단단한 팀워크를 여러 차례 펼쳤다. 상대전적 역시 김원호-정나은 조에게 5승 무패로 압도적이었다.
준결승에서 득점 후 환호하는 김원호.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언더독'으로 보였던 김원호-정나은 조는 1게임부터 서승재-채유정 조를 압박했다. 초반 리드를 점하면서 시종일관 서승재-채유정 조를 압박했다. 서승재-채유정 조가 뒤늦게 추격했지만, 추격의 흐름을 타야 할 때마다 셔틀콕이 네트에 걸리면서좀처럼 추격하지 못했다. 네트 앞에서 정나은이 상대 헤어핀을 잘 긁었고, 서승재가 강력하게 공격을 꽂아 마무리했다. 18-13. 서승재-채유정 조는 추격을 시도했지만 김원호-정나은 조가 게임 포인트를 얻은 후 연달아 마무리해 1게임을 잡아냈다.
반전을 일으킨 김원호-정나은 조와 달리 서승재-채유정은 상대적으로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1게임 종료 후 채유정이 서승재에게 "서두르지 말자"고 전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1게임 '매운 맛'을 제대로 본 서승재-채유정 조는 2게임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경기는 팽팽했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2점 차 리드를 김원호-정나은 조에 허용했지만, 채유정의 낮게 깔리는 스매시로 다시 동점을 이뤘다. 이어 서승재가 셔틀콕을 비어있는 코너로 떨어뜨리며 역전. 이어지는 불꽃 튀는 랠리 끝에 채유정이 비어있는 상대 네트 앞으로 셔틀콕을 사뿐히 떨어뜨렸다. 11-9. 드라이브 대결 끝에 서승재의 점프 스매시로 12-9.
채유정(왼쪽)과 서승재. 로이터=연합뉴스 김원호-정나은 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위 플레이에 능한 서승재-채유정 조를 후위로 밀어낸 후 석 점을 쫓아내면서 15-15를 만들었다. 두 팀은 듀스 상태까지 도달했지만, 서승재의 정면 드롭샷으로 2게임에 마침표가 찍혔다.
단 한 순간도 진검 승부가 아닌 적이 없었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3게임 초반 5점 차까지 앞서갔지만 김원호-정나은 조가 끈질긴 추격 끝에 10-10 동점을 이뤘다. 치열했던 승부는 중반부터 흔들렸다. 김원호가 스매시로 역전, 석 점 차까지 리드를 벌렸다.
치열했던 승부를 말해주는 장면도 나왔다. 경기 막판엔 김원호가 의료진을 요청할 정도로 지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투혼으로 버텨냈지만, 결국 추격을 허용하며 17-17 동점을 내줬다.
그 누구도 쉽게 승기를 잡지 못했다. 김원호-정나은이 먼저 게임 포인트에 도달했으나 서승재-채유정도 곧바로 듀스를 이뤘다. 치열한 혈전 끝, 채유정의 드라이브가 네트에 걸렸고, 서승재의 스매시가 라인 바깥으로 떨어졌다. 역전과 투혼의 드라마가 완성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