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펜싱 오상욱(28)이 파리 올림픽 2관왕에 도전한다. 그는 "단체전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고, 개인전도 같은 목표로 임하겠다"라고 출사표를 밝혔다.
오상욱은 남자 펜싱 사브르 종목의 에이스다. 2014년 12월 '한국 사브르 최초의 고교생 국가대표'로 유명했던 그는 국가대표 경력만 10년에 이른다. 체격 조건(1m92㎝)이 뛰어나고 스피드와 순발력까지 갖춰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오상욱은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개인전에선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와의 8강전에서 패했다.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그는 석연찮은 판정 속에 1점을 잃은 끝에 13-15로 분패했다.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었다.
오상욱의 현재 세계 랭킹은 9위다. 남자 펜싱 대표팀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개인전 결승에서는 대표팀 선배 구본길을 꺾고, 직전 대회 준우승의 아픔을 떨쳐냈다. AG 이후 부상으로 다소 고전한 그는 지난달 말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5년 만에 개인전 우승을 일궜다. 단체전에서는 대회 4연패에 앞장섰다. 그는 "자신감을 많이 얻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오상욱이 파리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AG 모두 개인전 금메달을 보유하게 된다. 이른바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것이다.
단체전에서도 임무가 막중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김정환과 김준호가 대표팀을 떠나면서 오상욱이 단체전에서 에이스,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 단체전에는 2000년생 박상원과 1999년생 도경동이 합류했다. 오상욱은 1년 만에 대표팀 막내에서 구본길에 이은 중고참으로 올라섰다.
그는 "전에 느끼지 못했던 부담감이 생겼다. 막내일 때는 형들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후배들을 챙겨야 해서 버겁기도 하다"고 말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올림픽 최초로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한다. 현재 세계랭킹은 1위. 대회를 거듭할수록 호흡도 맞춰가고, 컨디션도 올리는 중이다. 오상욱은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부진(개인전 16강 탈락, 단체전 노메달)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단체전 후배들과도 더 돈독해졌다"며 "예전에는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똑같은 위치에서 싸운다는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