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이 셧아웃으로 승리한 25일 플레이오프(PO·3전 2선승제) 2차전. 당연히 최다 득점의 주인공은 외국인 '주포'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주인공은 이날 포스트시즌 연속 서브(10개) 기록을 새로 세운 바야르사이한이었다.
이날 바야르사이한은 1세트에서만 10개의 서브를 연속으로 넣으면서 팀의 10연속 득점을 견인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주문대로 자신 있게 서브를 넣은 결과, 이날 서브 에이스만 4개를 폭발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블로킹 득점도 세 차례 있었다. 이날 13득점을 한 바야르사이한은 12득점의 레오를 제치고 경기 최다 득점 선수가 됐다.
OK금융그룹은 오기노 마사지 감독 부임 이후 변화를 거듭했다. 외국인 선수 레오에게만 집중됐던 공격 일변도를 분산시키는 과감한 변화를 택했고, 그 과정에서 레오 등 일부 선수와 갈등 아닌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오기노 감독은 뚝심으로 이를 밀어붙였다. 시즌 초반 하위권까지 떨어졌던 순위도 3위까지 솟아오르면서 2020~21시즌 이후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OK금융그룹의 다양한 공격 루트가 빛을 발했다. PO 1차전에서는 레오(29득점) 다음으로 신호진이 24득점을 올리며 우리카드의 '경계 1순위'로 떠올랐다. 레오의 공격 점유율도 41%로 낮은 편이었다. 2차전에선 바야르사이한과 진상헌, 신호진, 송희채에게 공격이 더 분산돼 우리카드 수비를 괴롭혔다. 이날 레오의 점유율은 30%까지 떨어졌다.
경기 후 바야르사이한은 "감독님이 강조하신대로, 한 명이 잘한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한 팀이 돼 경기를 이겼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날 승리를 돌아봤다.
선수들의 강해진 멘털도 한몫했다. 오기노 감독은 PO 1차전 승리 후 선수들을 크게 혼냈다. 1, 2세트를 잡고도 3, 4세트를 내리 내주며 풀세트까지 경기를 끌고 간 선수들의 경기력을 나무랐다. 오기노 감독은 "이겨도 반성해야 할 건 해야 한다. 원팀이 돼야 한다. (안 좋은 모습을 반복하는) 선수에겐 다음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경고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선수단 분위기 쇄신에 큰 도움이 됐다. OK금융그룹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도 3세트 초반 연달아 점수를 내주며 흔들렸지만, 곧 전열을 가다듬고 역전승을 거뒀다. 곽명우는 "감독님의 호통이 좋은 약이 됐다. 오늘은 (열세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 경기를 하나씩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단단해진 멘털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신호진이 자신의 유니폼을 챙겨오지 않아 경기 초반 결장이 불가피했는데, 송희채와 박성진 등이 흔들리지 않고 시소 게임을 잘 이어간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송희채는 "더 집중했다. 모든 선수가 한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OK금융그룹은 '원팀'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OK금융그룹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건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이었다. 오기노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뛸 수 있다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1년간 해온 OK금융그룹만의 배구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