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을 촬영하면서 긴장이 풀어진 순간은 없어요. 어린 나이에 왕이 된 현종이 진짜 왕이 돼가는 과정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저의 부담감을 캐릭터에 녹여냈던 것 같아요.”
누가 맡더라도 부담스러웠을 자리다. 배우 김동준에게 KBS 대하 사극 ‘고려거란전쟁’(이하 ‘고거전’) 출연은 큰 도전이었다. ‘고거전’은 공영방송의 50주년 특별 기획, 대하 드라마, ‘사극 거장’ 최수종의 복귀라는 점에서 대중의 기대가 매우 컸던 작품이다. 그런 작품에서 김동준은 어린 나이에 고려의 왕이 된 현종 역을 맡았다. 김동준은 “다른 모습,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부담감을 감수하고라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김동준은 1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고거전’ 종영 인터뷰에서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군 제대 후 배우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동준은 “현종은 10대부터 지금 저의 나이를 넘어서까지 연기해 볼 수 있는 캐릭터라 좋았다. 32부작을 찍는 1년 동안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연기를 더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고거전’은 지난 10일 최종회에서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방영 내내 평균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했지만 방영 중간 여러 가지 논란으로 부침을 겪었다. 중반부터는 전개가 산으로 간다는 비판이 불거졌고, 제작진과 원작자 사이의 갈등도 있었다. 종영 후에도 공동 연출을 맡은 PD 간 갈등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끝맺음도 매끄럽지 못했다.
김동준은 극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하루 앞도 예상치 못하는 게 삶인 것 같다”며 에둘러 속마음을 표현했다. 연기력 논란에 대해 김동준은 “극 초반에는 현종이 아직 왕이 되기 전의 모습부터 나온다. 그때 촬영하면서 생각했던 건 초반에는 ‘왕이 돼 있으면 안 돼. 아직 아니야, 참아야 해’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나중에 왕으로 점점 성장해 나가는 모습의 폭이 커 보일 것이고, 대중분들도 나중엔 그렇게 받아들이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촬영을 계속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논란과 관련해선 체감이 잘 안됐다. 신 하나하나를 어떻게 더 완성도 있게 만들까만 생각했고 그게 연기자의 임무기도 했다. 연기하는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그 안에서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김동준은 현종의 정치 스승이었던 강감찬을 연기한 최수종에 대해 “연기의 광인같으셨다”고 표현하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현종이 강감찬에게 하는 말 중에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승리에만 미쳐있는 광인 같다’는 대사가 있는데, 최수종 선배님이 그랬다. 아버지 같을 때도 있고, 장난기가 많으셔서 친구 같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연기의 광인 같으셨다. 정말 많이 배웠다”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이어 “선배님과 친해지고 싶어서 장난스레 아버지, 아버지하고 따라다니기도 했다. 현종이 강감찬에게 영향을 받듯 나도 선배님을 따라 하게 됐다”고 전했다.
‘고거전’이라는 큰 산을 넘은 김동준은 앞으로도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다. 파격적인 시도도 언제나 갈망한다는 그는 “연기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일이니까 할 수 있을 때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연기자로서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냐는 질문에 김동준은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수식어가 제가 연기하는 그 인물의 이름이었으면 좋겠어요. 김동준이라는 이름보다 그 인물로 불리고 싶어요. 그것만큼의 극찬은 없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