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챔피언십 스토크 시티 배준호. 사진=게티이미지25일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디프와의 경기에 나선 배준호. 사진=스토크 SNS 한국축구의 미래로 손꼽히는 배준호(21·스토크 시티)가 잉글랜드 무대 진출 6개월 만에 유럽 데뷔골을 터뜨렸다. 비록 소속 팀은 패배해 빛이 바랬지만, 현지 매체는 물론 통계 매체들도 잇따라 팀 내 최고 평점을 매겼다.
배준호는 25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챔피언십(2부) 34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자신의 유럽 데뷔골을 쏘아 올렸다. 리그 26경기 만에 터뜨린 첫 골이자 리그 4번째(1골·3도움) 공격 포인트다.
4-3-3 전형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배준호는 팀이 0-2로 뒤지던 전반 41분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이 얻어낸 프리킥 기회를 팀 동료 루이스 베이커가 직접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가 쳐내 문전으로 흐른 공을 배준호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프리킥 순간 문전으로 쇄도하며 득점 기회를 노렸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결정력이 두루 빛났다.
이후에도 배준호는 팀의 왼쪽 측면 공격을 책임지며 공·수 양면에 걸쳐 존재감을 보였다. 날카로운 패스로 니알 에니스의 왼발 슈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팀은 배준호가 만회골을 터뜨리며 지핀 추격의 불씨를 끝내 살리지 못한 채 1-2로 졌다. 배준호는 후반 43분 교체돼 경기를 먼저 마쳤다.
이날 배준호는 1개의 슈팅을 그대로 골로 연결시켰다. 패스는 22개를 시도해 17개를 성공시켜 성공률 77%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1차례 시도한 롱패스는 정확하게 동료에게 연결됐고 결정적인 기회도 1차례 만들어냈다.
특히 드리블은 5차례나 시도해 2차례 성공시켰다. 스토크 시티에서 가장 많은 드리블을 시도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공격을 풀어가려 애썼다. 경합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10차례 지상볼 경합에 나서 4차례 공을 따냈다. 태클을 시도하는 등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팀에 힘을 보태려 애썼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스토크 시티 배준호. 사진=게티이미지지난 8월 스토크 시티에 공식 합류한 배준호. 사진=스토크 홈페이지 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현지 매체 극찬이 쏟아졌다. 스토크 온 트렌트 라이브는 배준호에게 팀 내 최고 평점인 7점을 매겼다. 이날 스토크 시티에서 평점 7점을 받은 선수는 배준호가 유일하다. 매체는 “프리킥을 직접 얻어냈고, 득점 상황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공을 가지고 전진하는 멋진 기술들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이날 스토크 시티에 3~4점의 혹평을 받은 선수들이 4명이나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7점이나 받은 배준호의 존재감은 특히 눈에 띄었다.
스탯을 기반으로 한 통계 업체 평점에서도 잇따라 최고점을 받았다. 폿몹 평점에서는 7.6점을 기록,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스토크 시티에서 7점대 평점을 받은 선수는 배준호 포함 3명이었고, 이 중에서도 배준호가 가장 높았다. 양 팀 통틀어서도 공동 3위에 해당하는 평점이었다.
소파스코어 평점 역시도 7.4점으로 팀 내 공동 1위, 양 팀 통틀어 공동 2위에 해당했다. 후스코어드닷컴 평점 역시 7.3점으로 팀 내 1위였다. 7점대 평점을 받은 스토크 시티 선수는 배준호 포함 2명뿐이었다.
배준호의 이같은 존재감에도 스토크 시티는 리그 2연패 늪에 빠지며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배준호의 만회골이 나오기 전 전반 5분과 32분 연속 실점하며 일찌감치 벼랑 끝에 몰렸고, 배준호의 골이 나온 뒤에도 이렇다 할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최근 리그 7경기 성적은 1승 6패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번 시즌 리그 성적은 승점 35(9승 8무 17패)다. 잉글랜드 챔피언십은 24개 팀이 경쟁을 벌여 상위 2개 팀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승격하고, 3~6위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격팀을 가린다. 22~24위 3개 팀은 다음 시즌 3부리그로 강등되는 시스템이다. 스토크 시티는 지난 2017~18시즌 이후 다시 EPL 재승격을 꿈꾸고 있지만, 오히려 3부 강등의 위기에 몰렸다.
한편 배준호는 지난해 5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U-20 월드컵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러브콜을 받아 스토크 시티로 이적했다. 대전 구단도 당시 에이스였던 배준호의 미래를 위해 흔쾌히 이적의 길을 열어줬다.
배준호는 출국 당시 “항상 꿈꿔왔던 무대이기 때문에 가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힘든 일도 있겠지만 잘 이겨내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유럽 무대를 꿈꿔왔다. 빅리그나 빅클럽 등 최종 목표로 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바로 뛸 수 있는 구단으로 가기를 원했다. 스토크 시티에서도 적극적으로 저를 원해줬기 때문에 선택을 했다. 공격 포인트를 많이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이제는 공격 포인트를 많이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해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날 4번째 공격 포인트를 쌓으면서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에도 도전하게 됐다. 지난해 8월 대전하나시티즌을 떠나 스토크 시티로 이적한 배준호는 리그 26경기(선발 15경기)에 출전해 1골·3도움을 쌓았다. 현재 팀 내 공격 포인트 1위는 5골을 기록 중인 앙드레 비디갈 등 5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인 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