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세터 한선수(39)는 까마득한 후배 임동혁(25)이 국내 선수 최다 득점자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수많은 공격수와 호흡을 맞춰온 한선수는 V리그 대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성장한 임동혁을 냉철하면서도 기대감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대한항공은 지난 14일 인천 홈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 이틀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4세트 24-20에서 24-22로 쫓기자 작전 타임을 요청했다. 사진=KOVO 한선수는 "누가 자신 있냐?"고 물었다. 임동혁이 "저요"라고 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미들 블로커 김규민 역시 같은 답을 했다. 한선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빙긋이 웃었다.
한선수의 선택은 임동혁이었다. 하지만 임동혁의 백어택 공격은 24-20에 이어 다시 한번 상대 블로킹에 막혔다. 24-23 턱밑까지 쫓기자 한선수와 임동혁을 빠지고, 유광우와 무라드 칸이 투입됐다. 무라드는 24-23에서 이날 처음 시도한 공격을 상대 코트에 내리 꽃아 경기를 매조졌다.
한선수는 "꼭 본인에게 공을 달라고 한 선수에게 토스하면 이렇게 실패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진=KOVO 임동혁은 이날 양 팀 최다인 25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1.22%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범실이 14개로 많았고, 클러치 상황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한선수는 옆에 있던 임동혁을 향해 "완전한 에이스가 되려면 더 성장해야 한다. (경기 상황이나 토스가) 안 좋을 때도 풀어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V리그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는 외국인 선수가 대부분 책임지고 있다.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가 주전으로 뛰는 팀은 대한항공밖에 없다.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행을 택한 임동혁은 2017~18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했다. 이번 시즌 공격 종합 1위(56.47%)에 올라 있다. 총 478득점으로 전체 7위, 국내 선수 중에는 가장 많다. 이런 모습이라면 2020~21시즌 기록한 한 시즌 최다 506득점 경신이 유력하다. 임동혁은 "높은 성공률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고 반겼다.
임동혁의 성장은 자신감에서 드러난다. 그는 "예전에는 내게 공을 달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공격수가 자신감을 보여야 세터도 믿고 공을 배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14일 경기 4세트 상황을 돌아보며 "결과는 실패였지만 똑같은 상황이 와도 나한테 공을 달라고 표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진=KOVO 한선수도 임동혁의 성장을 기대한다. 그는 "동혁이의 실력이 많이 늘었다. 앞으로 경기를 읽는 눈도 향상되고, 더 좋은 공격수가 될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임동혁은 "예전에는 힘으로만 때렸다면 요즘은 블로킹을 이용하거나 연타 공격도 하고 있다"면서 "안 좋은 볼도 잘 때려야 한다. 아직 발전하게 많다. 이런 범실을 통해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