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1위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전마다 흔들리는 리시브로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현대건설 정지윤이 리시브하는 모습. 사진=KOVO V리그 여자부 1위 현대건설은 지난 12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위 흥국생명과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4세트 안에 이겼으면 승점을 9까지 벌릴 수 있었던 '6점짜리 매치업'에서 패하며 3 차이 추격을 허용했다.
현재 전적과 승점보다 더 큰 문제는 경기력이다. 현대건설은 3·4라운드에서 흥국생명에 연승을 거뒀다. 패한 1·2라운드도 모두 5세트 승부였다. 5라운드는 완패였다. 이날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상대에 압도당했다. 수준 이하의 배구를 했다"라고 했다. 평소 성향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갈이다.
현대건설은 변수가 있었다. 올 시즌 공·수 살림꾼 역할을 해준 위파위 시통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올 시즌 268득점을 기록하며 리시브 효율 39.62%를 기록했던 선수다. 지난해 12월 치른 4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는 리베로 김연견 다음으로 많은 리시브(17개)를 받아, 효율 52.94%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5라운드 맞대결에서 위파위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주향과 정지윤,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를 투입했지만, 두 선수 모두 20%대 초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공격의 시작인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다 보니, 득점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강성형 감독도 "체력 저하는 변명이다. 위파위 자리에서 결국 마이너스가 나왔다. 상대가 오늘 서브 준비를 잘하기도 했다"라고 진단했다. 흥국생명 에이스 김연경은 경기 뒤 "말은 할 수 없지만, 현대건설을 흔들기 위한 계획이 있었고, 이를 잘 해냈다"라고 전했다. 경기력을 고려했을 때 포메이션에 따른 서브 공략 변화로 추측된다.
12일 홈(수원 실내체육관) 흥국생명전에서 0-3으로 패한 현대건설 선수들. 사진=KOVO 현대건설은 올 시즌 내내 흥국생명전에서 리시브가 흔들렸다. 다른 6개 구단 중 가장 낮은 29.74%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IBK기업은행전 기록은 39.87%. 현대건설이 흥국생명 서브에 얼마나 고전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35% 이상 기록한 승부는 3라운드 한 번뿐이었다.
흥국생명은 옐레나 므제라노비치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윌로우 존슨이 실력과 팀 융화력 모두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5라운드 4연승을 거뒀다. 반면 현대건설은 5라운드 2차전이었던 정관장전에서 패하며 주춤했고, 난적 흥국생명에도 잡혔다. 지난 시즌도 외국인 선수(야스민 베다르트)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한 뒤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지며 1위를 지키지 못했다. 위파위가 주포 모마 바소코나 대들보 양효진만큼 영향력이 큰 선수가 아니고, 부상도 심각한 건 아니지만, 현대건설이 무시할 수 없는 변수를 안은 건 분명하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과 두 팀의 기세가 달라진 상황.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35차전에서 흥국생명과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상황에 따라 1위 결정전이 될 수 있다. 결국 현대건설 키플레이어는 결국 국내 레프트들이다. 위파위 복귀를 떠나 다른 선수들이 더 안정적인 리시브를 해줘야 한다. 특히 공격력 유지를 위해 코트를 떠나기 어려운 정지윤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