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해 정규시즌 5위로 지도자 첫해를 마쳤다. 양의지(4+2년 152억원 계약)라는 선물을 받고 만든 결과였다. 그러나 첫해를 끝나고 다시 선수 두 명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3년 연속 20홈런을 친 거포 양석환(32)과 마무리 투수 홍건희(31)였다.
이 감독은 지난해 10월 마무리 캠프에서 "둘 다 잡으면 좋겠다. 그런 선수들을 구하긴 쉽지 않다. 팀 후배나 동료들에게도 굉장한 신임을 받는다"고 재계약을 소망했다. 소원의 절반은 이뤘다. 양석환은 지난해 12월 4+2년 78억원에 두산과 계약했다. 나머지 반은 아직 소식이 없다.
물론 두산은 홍건희가 필요하다. 2020년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최근 3년 동안 31홀드 43세이브 평균자책점 3.09로 활약했다. 셋업맨, 마무리 투수를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할 때 등판했다. 동점 상황 등판, 멀티 이닝 소화도 잦았으나 묵묵히 완수했다. 두산은 그런 홍건희가 이탈하면 사이드암 박치국과 오른손 정철원, 베테랑 김강률만으로 필승조를 꾸려야 한다.
두산 베어스 창단 기념식에서 단상 위에 선 이승엽 감독. 두산 베어스 제공 일단 이승엽 감독은 홍건희를 기다린다. 그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일단 구단에서 잘해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문제는 샐러리캡이다. 두산은 지난해 샐러리캡 기준을 간신히 넘기지 않았다. 여유가 2억 4463만원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험난하다. 양석환을 잡으면서 팀 내 고액 장기 계약자가 허경민, 김재환, 양의지, 정수빈까지 5명에 달한다. 연봉을 특정 연도에 몰아줘 샐러리캡 연속 위반을 피하려 해도 쉽지 않다.
홍건희의 복귀 여부와 별개로 불펜 선수층도 강화해야 한다. 홍건희가 돌아와도 지난해와 같다면 5위 이상을 꿈꾸기 쉽지 않다. 이승엽 감독의 시선은 결국 왼손 투수 이병헌을 향한다. 두산은 기존 필승조 4명이 모두 오른손 투수다. 그가 가세해야 불펜 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이 감독은 "리그에 좌타자가 많다. 팀에 강력한 좌완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이병헌이 중요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2023 KBO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지난해 5월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이병헌이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병헌은 왼손으로 150㎞/h 강속구를 뿌리지만 기복이 심하다. 이 감독은 지난해 시범경기부터 그를 중용하려 했으나 결국 정규시즌 5홀드 평균자책점 4.67에 그쳤다. 왼손 타자 상대로 피안타율(0.227)은 낮아도 제구 불안이 여전했다. 좌타자 피출루율이 0.383에 달한다. 이병헌이 최소한 좌타자 상대 성적만 개선한다 해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