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제공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연인’에서 장현(남궁민)과 길채(안은진)의 사랑, 병자호란과 포로들의 생의 의지 등 감동과 재미를 시청자분들께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총 파트1, 2로 나뉘어서 방송된 MBC 드라마 ‘연인’은 마지막 회에 자체최고 시청률 12.9%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종영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그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사진=MBC 제공 ‘연인’ 대본 집필을 맡은 황진영 작가는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첫 대본 리딩 때 ‘연인’을 선택한 모든 분이 뿌듯한 결실을 거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시청자분들의 넘치는 사랑으로 그 소망이 이루어진 듯 해 작가로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황진영 작가는 2008년 영화 ‘쌍화점’ 각색을 시작으로 드라마 ‘절정’, ‘제왕의 딸 수백향’,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그리고 ‘연인’까지 집필한 모든 작품이 사극이다. 역사라는 한 전공만 우직하게 파 온 그이지만 ‘연인’을 집필하는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진=MBC 제공 “연인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가끔은 이런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버거운 적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순간조차도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저와 오래 함께한 ‘연인’을 보내기가 아쉬웠는데 수많은 기사를 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어요. (웃음)”
‘연인’의 흥행을 이끈 주연 배우 남궁민과 안은진에 대해 감사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먼저 황진영 작가는 남궁민에 대해 “수많은 여심을 울렸다. ‘연인’의 지독한 순정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남궁민 배우만의 매력에 빚진 바가 크다”며 “길채에 대한 장현의 사랑이 아름답게 전달되었고 덕분에 애절하면서도 절대적인 사랑이 돋보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안은진에 대해서는 ‘괴물 같다’고 표현했다. 황 작가는 “안은진 배우의 연기는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괴력’이라는 단어에 가깝다. 1년간 이어진 고된 사극 현장에서 단 한 순간도 집중력을 놓지 않더라. 마지막까지 희로애락이 살아있는 표정들로 다채로운 길채를 완성해 주었다”고 말했다.
사진=MBC 제공 다만 파트2가 시작되면서 이야기가 다소 지루해졌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혹평도 존재했다. 이와 관련해 황진영 작가는 “‘연인’ 대본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한 부분은 ‘전쟁과 사랑’이라는 테마를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장현과 길채의 사랑이 병자호란과 이후 조선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자호란은 실패한 전쟁이었다. 이 어두움을 밝히기 위해서는 몇 단계에 걸친 변곡점이 필요했고, 이런 이유로 사랑의 속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다소 느리게 느껴졌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사진=MBC 제공 이처럼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덕분에 시청자들은 장현과 길채의 사랑을 따라가는 동시에 그 당시 조선 포로들과 조선의 정치적 상황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안타까운 포로 서사와 역사전 한계가 사랑의 장애물로 작용하며 ‘연인’만의 격정 서사가 탄생했다.
당초 20부작이던 ‘연인’은 인기에 힘입어 1회 연장 방송을 하기도 했다. 황진영 작가는 “결국 최종회는 21회로 마무리 됐지만 애초 집필을 할 때 24부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면서 “만약 2~3회차 정도 더 여유가 있었다면 장현과 길채의 마지막 여정을 조금 더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MBC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며 호평받은 ‘연인’이지만, 황진영 작가 눈에는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그는 “장현과 길채의 이야기 이외에도 연준(이학주)과 은애(이다인)의 갈등과 해소, 연준과 장철(문성근)의 유사 부자 관계, 포로들이 조선에 돌아온 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 등 구체적으로 묘사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