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CJ·GS·롯데 등 이른바 홈쇼핑 '빅4'가 좀처럼 분위기를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날로 다양해지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송출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진 여파다. 설상가상 TV 시청자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올 3분기 매출이 21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3% 줄었고, 영업손실 8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6개월간 중단했던 새벽 방송을 지난 8월부터 재개해 3분기 중에는 정상 영업에 나섰음에도 적자 경영을 면치 못했다.
다른 홈쇼핑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현대홈쇼핑과 GS샵 역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감소했다. 현대홈쇼핑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93억원으로 68.2%로 크게 줄었고, 매출액은 7.4% 줄어든 2551억원을 기록했다.
GS리테일 홈쇼핑 사업 부문(GS샵)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감소한 213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2% 줄어든 2598억원을 기록했다.
CJ온스타일도 3분기 매출이 3003억원으로 작년보다 2.9%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2% 늘어난 71억원을 기록했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최악"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적 부진 원인으로는 '취급고 감소'가 가장 먼저 꼽힌다. GS홈쇼핑의 3분기 취급고는 97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줄었고, 현대홈쇼핑의 같은 기간 취급고는 95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CJ온스타일의 3분기 취급고는 9133억원으로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7.5% 신장했지만 역시 전 분기보다는 3.2% 줄어든 수준이다.
여기에 TV 시청 인구 감소는 실적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TV 평균 이용 시간은 2020년 2시간 51분에서 지난해 2시간 36분으로 줄었다.
매년 늘고 있는 '자릿세' 개념의 송출수수료 부담 역시 실적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은 지난해 전체 방송 사업매출의 약 65%를 유료방송사에 수수료로 지급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고물가 상황과 맞물려 주요 홈쇼핑사들이 동반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며 "각종 악재에도 송출수수료는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홈쇼핑 업계가 성장 동력을 잃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실적 부진의 타개책으로 '채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새로운 채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고객과 접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유튜브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강화하고, 벨리곰·가상인간 루시 등 자체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홈쇼핑도 실적 만회를 위해 젊은 고객 유입을 위한 신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CJ온스타일은 TV·이커머스 채널을 결합한 '원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GS샵은 TV와 유튜브, 모바일 등을 결합한 크로스 방송을 시도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홈쇼핑의 본질적인 사업에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은 상품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