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시장 2위 자리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회선 수 기준으로 LG유플러스가 처음 순위 역전에 성공한 가운데 KT는 IoT(사물인터넷) 회선을 빼고 제대로 붙어보자고 맞서고 있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LG유플러스는 3G·LTE·5G를 합해 1829만2170회선을 확보하며 KT(1773만5022회선)를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정부가 통계를 시작한 이후 첫 성과다.
점유율로 따지면 SK텔레콤이 38%로 업계 1위를 굳건히 했으며, LG유플러스가 22%로 KT(21%)를 근소한 차로 따돌렸다. SK텔레콤도 올해 3월 40%가 깨졌는데, 그 사이 알뜰폰이 1~2%포인트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핵심 축이었던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과 IoT 등이 새로 진입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여명희 LG유플러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7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휴대폰 가입자의 질적 성장과 더불어 알뜰폰, IoT 사업의 양적 성장을 위한 가입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그 결과 무선 가입자는 커넥티드 카 등 IoT 가입자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22.3%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시일 내에 가입자 회선 수 순위의 변화가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커넥티드 카 통신 제휴를 확대해 올해 1월부터 제네시스·현대차·기아 차량에 무선 통신 회선을 공급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한국전력과 대규모 검침기 IoT 회선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2위 자리를 꿰찼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KT는 이날 예정에 없던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급히 수습하고 나섰다.
KT는 가입자 구성비를 보여주며 자사 IoT 회선 비중은 13%에 불과하며 휴대전화 가입자가 79%로 대다수인 점을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IoT 회선 가입자 비중이 33%로 이통 3사 중 월등히 높았다. 반면 휴대전화 가입자는 61%로, 70%대인 경쟁사와 차이를 보였다.
이에 KT는 사람과 사물이 쓰는 회선을 구분해야 이통 시장을 명확하게 조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도 이런 통계 오류를 개선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차량 관제와 원격 관제, 무선 결제 등 사물 기반 회선을 제외하면 점유율이 SK텔레콤 47.8%, KT 29%, LG유플러스 23.3%로 바뀐다는 것이다.
또 IoT 통신은 회선 수를 급격히 불릴 수는 있지만 돈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장 규모가 이동통신은 22조9000억원인 데 반해 IoT 통신은 최대 5000억원에 불과하고, 수익성 지표인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이동통신이 3만원대로 100원에서 1000원대인 IoT 통신을 압도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박효일 KT 고객경험혁신본부장은 "우리는 IoT 원격 관제 분야에서 최저가 입찰로 월 1000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요금을 받으면서 수백만 회선을 일시에 따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는 "현재 통계 기준은 이동통신 산업의 발전과 다양한 단말 및 서비스 출현에 따라 정부와 통신사가 논의해 변경돼 왔다"며 "이번에도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건설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