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우승 후보다운 전력을 과시하며 1라운드를 1위로 마쳤다. 김수지(36)와 레이나 도코쿠(24·등록명 레이나) 가세 효과가 돋보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기업은행)과의 1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으로 완승, 시즌 5승(1패)째를 거두며 승점 15를 쌓았다. 7일 한국도로공사전을 남겨두고 있는 2위 GS칼텍스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흥국생명이 1라운드 1위를 확정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도 우승 후보 1순위다. 지난달 11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7개 구단 사령탑 중 6명이 흥국생명을 2강으로 꼽았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위력은 여전했다. 그는 1라운드 6경기 모두 출전해, 공격 성공률 1위(48.47%) 총 득점(119점)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난적 현대건설전에선 팀 내 최다인 23득점, GS칼텍스전에선 공격 성공률 69.57%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뛴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재계약에 성공한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도 총 득점 부문 4위(129점)에 오르며 검증된 기량을 뽐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전력 상승 요인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영입한 베테랑 미들블로커(센터) 김수지와 아시아쿼터 도입으로 지명한 레이나의 가세다. 두 선수 덕분에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26일 정관장전에서 젊은 센터 이주아와 김채연이 각각 손가락과 팔꿈치 부상을 당해 이탈했다. 제공권 싸움에서 구멍이 생긴 채 치른 GS칼텍스전과 기업은행전에서 김수지와 레이나가 부상을 당한 선수들의 공백을 잘 메웠다.
미들블로커 임무까지 수행한 레이나. 사진=KOVO 원래 주 포지션이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인 레이나는 GS칼텍스전에서 센터로 변신, 세터 이원정과 찰떡같은 호흡을 보이며 퀵오픈 3득점을 합작했다. 블로킹도 2개를 곁들였다. 경기 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레이나를 센터로 쓰는 건 이미 준비했다. 김채연은 복귀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나를 또 센터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전 국가대표 센터'였던 김수지도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흥국생명의 네트 위 플레이를 이끌고 있다. 흥국생명이 1라운드 1위를 확정한 4일 기업은행전에서도 팀 내 가장 많은 블로킹(3개)과 유효 블로킹(5개)을 기록했다.
김수지는 센터진 전력이 좋은 지난달 26일 정관장전에서도 속공 성공률 50%, 블로킹 3개를 기록했다. 흥국생명이 좌우 쌍포(김연경·옐레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중앙에서 좋은 역할을 해줬다.
김수지는 특유의 살뜰한 성격으로 후배들을 챙기고 있다. 부상으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김해란을 대신해 '맏언니' 역할을 해주고 있다. 보이지 않은 위치에서 팀 기여도가 높은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