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포항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 사진=KFA 또 만났다. 대한축구협회(FA)컵 정상 등극을 노리는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가 뜨거운 한판 대결을 예고했다.
포항과 전북은 4일 오후 2시 15분 포항스틸야드에서 FA컵 우승팀을 가린다. 원래 FA컵 결승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데, 이번에는 잼버리와 태풍 카눈의 여파로 4강전이 미뤄져 결승을 단판으로 진행한다. 결승전 장소는 지난 9월 추첨을 통해 결정됐다.
FA컵 준결승전이 끝난 지 불과 3일 만에 열리는 단판 승부다. 사실상 경기 날을 제외하면 이틀 정도 휴식하고 치르는 일전이라 양 팀 모두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제주 유나이티드를 승부차기 혈투 끝에 꺾은 포항은 정규 시간 내 4강전을 마무리한 전북보다 발이 무거울 수 있다.
물론 전북은 ‘원정’이라는 불리함을 안고 싸워야 한다.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은 준결승전 승리 후 “3일 뒤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게 걱정”이라며 거듭 한숨을 내쉬었다. 포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홈 팬들을 등에 업고 안방에서 치른다는 점은 확실한 이점이다. 지난 7월 맞대결 당시 전북 현대 홍정호(오른쪽)와 포항 스틸러스 제카. 사진=프로축구연맹 두 팀은 힘듦을 감수하고 뛸 만큼, FA컵 우승에 동기부여가 크다. 이 대회 네 차례 정상에 오른 포항은 2013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에 전북을 꺾으면 FA컵 최다 우승 부문에서 전북, 수원 삼성(이상 5회)과 어깨 나란히 할 수 있다.
대업을 이룰 자신감은 넘친다. 포항은 10년 전 FA컵 결승전에서 전북을 만나 이긴 좋은 기억이 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올해 (전북에)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홈(2승)에서도, 어웨이(1승 1무)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명 전북 선수단은 뛰어나지만, 우리 선수단도 자신감을 갖고 하길 바란다”며 “10년 전과 같은 상황이다. 그때는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로 전북에 이겼는데, 이번에도 좋은 기억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북과 포항의 2023 35라운드. 사진=프로축구연맹 전북은 포항보다 FA컵의 중요성이 크다. K리그1 3경기를 남겨두고 4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은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 불투명하다. 아직 FA컵 우승팀에 ACL 엘리트와 ACL2(차상위 대회) 중 어떤 진출권이 배분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 부진했던 전북은 우승 트로피와 ACL 진출권 두 토끼를 잡는다는 심산이다.
무엇보다 FA컵 디펜딩 챔피언인 전북은 대회 2연패를 비롯해 수원을 제치고 단독 최다 우승팀으로 올라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전북 중원의 핵심인 백승호는 “당연히 처음부터 그걸(FA컵 우승) 목표로 두고 있었다”며 “팀에 있는 선수들의 결승전 경험이 많다. 우승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하지 않는가. 잘 준비해서 역사를 만들 수 있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