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핵심 인물인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구속됐다. 카카오 전 대표가 음란물 유포 방지 미흡으로 불구속 기소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회사 투자 전략을 책임지는 주요 임원이 강도 높은 압박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배재현 대표에 대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속에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19일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 대표와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 모 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이 모 씨는 구속의 필요성·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배 대표 등이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봤다.
하이브는 지난 2월 10일부터 28일까지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려 했다. 그런데 2월 16일 특정 계좌로 SM엔터 주식이 대량 매수된 이후 당일 주가가 13만1900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SM엔터의 주가가 하이브가 제시한 가격을 넘어섰고,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하이브는 SM엔터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
당시 하이브는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엔터 발행 주식 총수의 2.9%(68만3398주)에 달하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지난 13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경영진 3인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하이브와의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 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 일정이 일부 겹쳤기 때문에 시세조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카카오의 주가는 전일 대비 3.11%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까지 사법리스크가 뻗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증권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과 금감위 조사가 집중되며 경영진의 리소스가 분산되고 있다"며 "사법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월 16일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집한 '기타법인'과 카카오와의 연관성을 밝혀야 하는 만큼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사경이 제출한 증거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가 관건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속이 됐다는 것은 어느 정도 혐의가 입증이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영장을 청구할 때 해당 입증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법원도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속영장이 기각된) 두 명이 (배 대표의) 혐의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진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