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소식을 전하며 한국을 '괴뢰(노란색 네모)'로 표기한 북한 조선중앙TV.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 대표팀이 항저우에서 연일 냉랭한 태도로 한국을 마주하고 있다.
5년 전인 2018년,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남북한 평화의 장으로 통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에서 남북 통합팀이 꾸려졌다. 선수단은 서로를 웃으며 맞이했다. 5년 사이 많은 게 변했다. 항저우에서 남북 관계는 차갑게 굳었다.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 한국 신유빈-전지희조와 북한 차수영-박수경조의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경기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사격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정유진과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함께 기념촬영할 것을 요청했지만 은메달을 획득한 북한 선수들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19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로 3년 넘게 국제 대회에 불참하다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제 무대에 공식 복귀했다. 이번 대회 북한 대표팀 중에는 여자농구 로숙영 등 5년 전 우리 선수들과 교류했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5년 전과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대회 곳곳에서 한국 대표팀과 마찰이 일었고, 설화도 발생했다. 한국 선수단을 경계하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사격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당시 한국이 북한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북한은 수상 후 단체 촬영을 거절했다. 남자 유도에서는 북한 김철광이 한국 강헌철과 경기에서 승리한 후 강헌철의 악수 제안을 거절했다. 30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 전반전 손화연이 북한 골키퍼 김은희와 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태국 출신의 주심은 손화연에게 옐로카드를 꺼냈고, 그는 경고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여자농구와 여자축구 맞대결 때는 분위기가 더 험악했다. 북한 여자농구 대표팀은 통합 팀을 함께 했던 선수들과 만나고도 인사조차 하지 않고 우리 선수단을 외면했다. 경기 중에도 과격한 플레이를 펼쳤다.
여자축구 8강에서는 북한이 편파 판정을 등에 업고 거친 플레이를 펼쳐 4-1 승리를 가져갔다. 5년 전 여자농구 통합팀으로 뛰었던 박지수는 "5년 만에 북한 대표팀과 만난다고 해 반가울 줄 알았는데 따로 인사도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북한 정성심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정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 코치로 활약했다. 사진=연합뉴스 공식 인터뷰 때는 국가 명칭이 문제가 됐다. 한국 기자들이 '북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공식 항의하며 질문을 묵살했다. 여자농구 인터뷰 때는 통역을 하던 제3의 인물이 나서 "우리는 노스 코리아가 아니라 D.P.R.코리아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든 나라에 정확한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비난했다.
여자축구 인터뷰 때는 과거 관례를 참고해 한국 기자들이 '북측'이라 불렀으나 역시 묵살당했다. 리유일 북한 여자축구팀 감독은 "북측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이해하셨소? 그걸 좀 바로 합시다"라고 지적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소식을 전하며 한국을 '괴뢰(노란색 네모)'로 표기한 북한 조선중앙TV.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정작 북한은 한국을 '괴뢰'로 지칭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한국과 북한의 여자축구 8강전 소식을 전하면서 자막에 한국을 '괴뢰'로 표기하고 "우리나라 팀(북한)과 괴뢰 팀 사이의 준준결승 경기가 9월 30일 진행됐다. 4-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타승(쳐서 이기다)한 가운데 끝났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역시 '괴뢰 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동안 한국을 지칭할 땐 주로 '남조선'이라는 표기가 일반적이었다.
북한은 3일 중국과 여자농구 4강전을 마친 후 이번에도 믹스트존에서 한국 기자들을 외면하고 지나갔다. 정성심 여자농구팀 감독은 그를 부르는 한국 기자를 노려보기까지 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기다렸지만, 정 감독과 북한 선수단은 이 역시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생략했다. 북한 여자농구팀은 오는 5일 한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