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일 중국 항저우 사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0-4로 졌다. 한국은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인 대만전 패배로 금메달 도전이 가시밭길이 됐다.
이번 대회 야구는 A, B조 상위 1, 2 위 팀이 조별리그 성적을 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한국(2승 1패)은 대만(3승)에 이어 B조 2위를 차지, 대만전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에서 상대한 팀과는 슈퍼라운드에서 재대결하지 않는다. 한국이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이나 중국에 1패만 해도 결승전 진출이 불가능하다. 대만전 패배로 자력 진출은 물 건너갔고, 일본과 중국을 모두 꺾어도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아시아 야구에서 '2등'을 자부해 왔다. 국제대회에서 숙적 일본을 자주 침몰시켰지만, 냉정히 봤을 때 전력이나 리그 규모에서 차이가 엄청나다. 반대로 대만에는 오랫동안 자신감을 갖고 싸워왔다.
더 이상 대만을 상대로 만만히 볼 수 없다. 최근 성인 대표팀 간 대결에서 3연패 중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1-2 패) 2019 프리미어 12(0-7 패)에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대만을 상대로 23이닝 연속 무득점 중이다. 일본이 과거 한국에 패한 뒤 충격을 받은 것처럼, 우리 역시 대만에 3연패를 당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이번 대회 평균 연령 23.2세(6월 초 발표 기준)로 1998년 방콕 AG(22.3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대표팀을 구성했다. 성인 대표팀 전력으로는 가장 약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대만 역시 최강 전력을 갖추지 않았다. 프로리그(CPBL·9명) 미국 마이너리그(8명)뿐만 아니라 실업리그(7명) 소속까지 합류했다. 일본은 AG에 아마추어 선수로만 대표팀을 구성한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각종 논란이 일자, 나이 제한을 설정하고 대표팀을 꾸리기로 했다. '병역 혜택'이라는 강한 동기부여는 덤이다.
그러나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더 이상 강호가 아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회 연속 탈락했고, 일본을 상대로도 성인 대표팀은 4연패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류중일 감독과 노시환(한화 이글스)은 대만전 패배 후 "상대 투수력이 너무 좋았다. 우리 선수를 정말 잘 분석했다"고 패배 원인을 되짚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우리 투수력과 분석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한국은 이번 대표팀 주전 야수를 보면 좌타자가 즐비하다. 그러다 보니 대만은 미국 마이너리그 왼손 투수 유망주 린위민(6이닝 무실점)을 내세워 우리 타선을 압도했다. 앞으로 우리를 상대할 많은 팀은 왼손 투수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류 감독은 "리그에 우투좌타가 너무 많다. 제한적인 환경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뽑은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대만 전력이 과거와 달라졌다. 투수 유망주들이 마이너리그를 통해 많이 공부했고, 타자들도 더 이상 변화구에 속지 않는 듯하다. 수비도 탄탄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야구는 치솟는 몸값과 달리 점점 후퇴하며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WBC 참사 속에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팀 코리아 레벨 업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언제쯤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다. 한국은 3일 태국(3패)을 17-0(5회 콜드게임승)으로 눌렀다. 최약체를 상대로 분풀이 하는 격밖에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