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은메달을 목에 걸고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오른쪽에서 세번쩨)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럭비가 홍콩에 졌다. 하지만 패배와 2위라는 결과만으로 낙담할 경기력은 아니었다.
한국 7인제 럭비 대표팀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 창첸 캠퍼스 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럭비 7인제 결승전에서 7-14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기대가 컸던 만큼 2위라는 결과물이 다소 아쉬웠다. 일단 대진표가 좋았다. 결승까지 아시아 양강인 홍콩과 일본을 만나지 않았고 4연승도 거뒀다.
26일 오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준결승 전에서 한국 정연식(가운데)이 중국 수비를 뚫고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 운만 따른 건 아니다. 한국 대표팀, 그리고 럭비협회는 꾸준히 대표팀 기량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대한럭비협회는 최윤 현 협회장 취임 이후 상무 럭비팀의 지도관을 국가대표 상비군 지도자를 겸직하게 했다. 여기에 협회가 훈련을 위한 럭비구장 및 기타 시설을 지원했고, 파견되는 지도자와 의무 트레이너에 대한 제반 비용도 제공했다. 상비군 체제로 한국 대표팀은 선수 집중 육성 및 효율적 선수 관리로 경기력 향상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차근차근 성과도 나오고 있다. 앞서 2019년 올림픽 지역 예선에서 승리하며 도쿄올림픽 본선에 당당히 승선한 럭비 대표팀은 앞서 올해 4월에는 월드럭비 세븐스 챌린저 시리즈에 출전해 7전 8기 끝에 첫 승을 거뒀다. 각종 대회에 개최하는 등 내부 인프라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도 시스템 도입을 시도했다. 협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에 앞서 합숙을 운영하며 전술 강화 훈련과 체력, 스킬, 경기력 테스트를 꾸준히 진행했다. 단순 선발에 그치지 않고 선수들의 역량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한 시도였다. 합숙 훈련대상 역시 최대 24명으로 확대, 더 많은 선수들이 훈련 시스템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26일 오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준결승 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결과 결승전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전반전 일시에 무너지며 연속으로 실점을 내줬으나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판정의 아쉬움이 없었다면 말 그대로 결과가 어떻헤 될지 알 수 없는 경기였다. 홍콩의 트라이가 2번, 한국이 1번이었다. 홍콩은 영국 출신 선수가 즐비한, 왜 강팀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선수단이다. 과거 강팀만 만나면 일시에 대량 실점하고 패했던 한국이 그런 홍콩과 팽팽한 경기를 했다는 것엔 분명 의의가 있다.
시스템뿐 아니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럭비 선수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중이다. 적극적으로 변신한 럭비협회의 도움은 선수들도 체감한다고 했다. 한건규(한국전력)는 "최윤 회장님이 오시면서 우리 선수들이 미디어에도 많이 노출됐고,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신다. 럭비 홍보도 정말 많이 돼 최근에는 팬들께 과분한 사랑도 받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비록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는 실패했지만 그래서 다음을 꿈꿀 수 있다. 한건규는 "지금 선수들의 연령대도 굉장히 어리고,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선수들이 '무조건 이번 올림픽에 나가자'고 한다. 오늘은 홍콩에게 결승에서 졌지만, 이번 올림픽 지역 예선 때는 무조건 1등으로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팬분들께서 많이 응원해주시면 선수들도 더 열심히 준비해 홍콩을 만났을 때 두 배로 갚아주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