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계영 금빛 환호 (항저우=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계영 800m 자유형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양재훈, 이호준, 김우민, 황선우가 환호하고 있다. 2023.9.25 yatoya@yna.co.kr/2023-09-25 23:33:56/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77년 만의 첫 국제대회 단체전 우승. 대한민국 남자 계영 800m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1946년에 한국에 수상경기연맹이 창립됐으니 77년 만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이 감격의 금메달을 이미 선수들이 출발대에 서기 전부터 예감했다. 한국 선수들의 파이팅에 아시아 수영 강호라던 중국과 일본 선수들의 기가 눌린 모습이었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남자 계영 800m 2회 연속 결승행을 이뤘다. 후쿠오카에서 계영 800m 결승에 간 아시아 팀은 한국이 유일했다. 이러한 한국의 성과가 그들의 뇌리에는 엄청난 충격으로 남아 이미 패한 듯한 얼굴로 보였다.
결승전에서 첫 영자 양재훈이 1분46초83, 두 번째로 출발한 이호준이 1분45초36을 기록하며 한국을 1위로 끌어올렸다. 이어 김우민이 1분44초50, 마지막 영자 황선우가 1분45초04였다.
아시아 신기록 수립한 남자 계영팀 (항저우=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800m 계영 결승에 출전한 양재훈(왼쪽부터), 이호준, 김우민, 황선우가 각각 힘차게 입수하고 있다. 남자 계영팀은 결승에서 7분 01초 73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2023.9.26 hihong@yna.co.kr/2023-09-26 00:34:49/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46초대-45초-44초-45초대의 기록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했다. 7분01초73의 아시아신기록 경신도 짜릿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분석하면, 이 기록은 더 당길 수 있었는데 마지막 황선우의 페이스 조절이 조금 아쉬웠다. 황선우가 금메달이 눈앞에 왔다는 사실 때문에 다소 흥분했던 것 같다. 황선우의 첫 50m 구간 페이스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50초대에 끊어도 될 레이스를 48초대로 오버페이스했다. 이 탓에 마지막 50m 구간 기록이 떨어졌는데, 선수들은 늘 ‘마지막 구간 기록이 첫 구간보다 빨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레이스를 해야 한다.
한국은 이번에 변칙 오더를 썼다. 보통 계영에서는 가장 빠른 선수가 마지막, 그 다음으로 빠른 선수가 첫 영자로 나선다. 그런데 개인기록이 가장 느린 양재훈을 첫 영자로 내보냈다. 뒤로 갈수록 빨라지는 오더였는데, 이게 정말 잘 먹혔다.
이 작전이 적중했다는 건 선수들 사이의 믿음이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돈독하고 깊었다는 뜻이다. 개인기록이 처져서 부담이 있던 양재훈은 첫 영자로 나서 중국과 일본의 에이스급 선수들과 경쟁했지만, 뒤에서 받쳐주는 동료들을 믿고 마음껏 경기했다. 예선에서 황선우와 이호준 없이도 좋은 레이스를 하면서 1위를 하자 양재훈의 자신감이 더 불붙었던 것 같다.
국제대회에서는 나보다 뛰어난 외국 선수들과 함께 레이스하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내 최고기록이 나오게 마련이다. 단, 이게 가능하려면 좋은 훈련 과정과 지도자들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양재훈의 기록을 보면서 이번 수영대표팀이 정말 단단한 훈련을 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황선우, '우리가 이겼다' (항저우=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황선우가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계영 800m 자유형 결승에서 마지막 영자로 나서 1위를 차지한 황선우가 환호하고 있다. 2023.9.25 hihong@yna.co.kr/2023-09-25 22:17:17/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코리아의 승리!' (항저우=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가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이틀째, 남자 800m 계영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3.9.25 hihong@yna.co.kr/2023-09-26 00:06:00/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선수들이 모두 긴장한 기색 없이 마음껏 기량을 펼쳤다는 건 코칭스태프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는 뜻이기에 지도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과거 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대한수영연맹의 지원이 부실해서 대표팀 감독에게 제대로 급여가 지급되지 않던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경영대표팀 기록이 안 나오면 밥 먹듯 지도자를 갈아치우는 일도 허다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직후 대표팀을 떠난 후 2000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 때 대표팀 감독을 다시 맡아서 나갔더니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나에게 “그동안 대체 어디 갔었냐, 한국은 지도자가 많은 모양이다. 너무 자주 바뀐다”라고 비꼬듯 말한 적도 있다.
미국수영대표팀의 상징적 존재인 밥 바우먼 감독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미국대표팀 코치가 된 후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도 대표팀에서 감독을 맡았다. 이처럼 좋은 지도자가 오랫동안 연맹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며 대표팀을 일관성 있게 이끄는 게 미국 수영의 한 축이다. 또 호주, 헝가리, 일본 등 수영 강국은 국제대회 대표팀의 범위에 선수들의 개인 코치까지 포함된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계영 800m에서 선수들이 일궈낸 쾌거가 단편적인 기적이 아니라 한국을 진정한 수영 강국으로 만드는 인프라 구축의 토대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표팀 지도자들에게 오랜 기간 믿음을 보내고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의 성과는 남자 자유형에 집중되어 있다. 보다 다양한 종목에서 강자가 나와야 한국 수영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아무리 연맹의 지원이 훌륭하다 해도, 결국 성적은 풍성하고 두터운 선수층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