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RE(Re examination). 일이나 사물의 가치를 다시 들추어 살펴본다는 이 말을 스타에 대입해 보려 합니다. 아니, 스타보다는 한 인물을 재조명한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군요. TV·영화·연극·뮤지컬·OTT·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한 인물 중 왠지 모르게 자꾸 생각나고, 떠오르는 사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소개하려 합니다. 리(re)스타? 이 스타! <편집자주>
“제가 짝사랑을 많이 하는 캐릭터로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는다면, 짝사랑만 해도 좋아요.”
배우 강훈이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절절한 짝사랑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여주인공과 이어질 수 없는 게 ‘서브 남주’의 숙명이라지만, 강훈의 눈빛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를 애틋함이 든다.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과 친구 인규(강훈)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
강훈은 극중 시헌의 단짝 친구 정인규 역을 맡았다. 인규는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민주를 짝사랑하는 인물. 가정환경과 청각 장애로 일찍이 외로움을 느꼈고, 민주에게 동질감을 느껴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민주가 자신의 단짝 친구 시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규. 강훈은 이런 인규 캐릭터를 그간 쌓아 올린 연기 내공으로 능숙하게 그려냈다.
강훈은 짝사랑 전문 배우라 불릴 정도로 ‘서브 남주’로 활약해왔다.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SBS ‘꽃선비 열애사’ 등에서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역할로 등장했다. 특히 ‘작은 아씨들’에서는 소꿉친구 인경(남지현)을 오랜 시간 좋아해 온 하종호 역을 맡아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했다.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인경을 묵묵히 지켜보고, 지지해주는 모습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강훈은 지난 2009년 단편 영화 ‘고리’로 데뷔했다. 이후 ‘피크닉’(2014), ‘내마내모’(2015) 등 단편 영화에 출연하다 2016년 웹드라마 ‘사랑을 말하다’로 드라마에 첫 도전했다. 플레이리스트 ‘이런 꽃 같은 엔딩’(2018),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MBC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했다.
데뷔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강훈. 그는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무명 시절을 탈출하게 된다. 강훈은 선한 얼굴에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홍덕로 역을 맡아 이준호와 가까이서 호흡을 맞췄다. 강훈은 최근 JTBC 예능 ‘택배는 몽골몽골에서 “1, 2년 전까지는 배우로서 답이 없었다. 몇 번 조연 하고 나서 1년 정도 쉬었다”며 “쉬고 싶어서 쉰 게 아니라 오디션에 떨어지고 코로나19도 맞물려서 가장 힘들 때 ‘옷소매 붉은 끝동’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그 결과 강훈은 데뷔 12년 만에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남자신인상을 받으며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강훈은 현재 ‘택배는 몽골몽골’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택배는 몽골몽골’은 ‘말 타고 택배하자’는 말 한마디로 시작된 2000km 오프로드 몽골 횡단 택배 여행기. 강훈은 김종국, 장혁, 차태현, 홍경민, 홍경인 사이에서 막내로 활약 중이다. 강훈은 형들과 15살의 나이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케미로 주목받고 있다.
강훈은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낸 뒤 계속 행운이 따르고 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작은 아씨들’(2022), ‘꽃선비 열애사’(2023)를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강훈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제작사에서 먼저 찾는 배우가 됐다.
‘너의 시간 속으로’ 김진원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오디션에서 강훈이 대사를 읽는데 순간 느낌이 왔다. 옆을 보니 작가님은 이미 눈에 하트를 달고 계시더라”며 “주변 스태프들 역시 ‘아, 이 사람이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바로 그 자리에서 ‘괜찮다면 인규 역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너의 시간 속으로’를 통해 서브 남주의 정석을 보여준 강훈. 드라마는 물론 예능에서도 남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강훈이 다음 작품에선 서브 남주 타이틀을 떼고 메인 남주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