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한에게 현장에서 본 선배 정우성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김준한으로 하여금 ‘이번 생엔 난 글렀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정우성의 고퀄리티 액션은 물론 상대 배우의 연기를 살리는 리액션까지.
감독으로서도 마찬가지다. 김준한은 “경력이 많은 배우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배우의 입장에 서서 이야기해 주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었다”며 “감독님이 주신 아이디어는 마음에 바로 와 닿았고, 현장에서 적용시키기도 편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준한이 ‘보호자’에서 연기한 성준은 수혁(정우성)이 떠나려 하는 조직의 2인자다. 10년이나 복역한 후에도 존재감이 큰 수혁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그는 어떻게든 그를 처리하려 혈안이 된다. 이 과정에서 어설프게 되려 당하는 성준은 이따금씩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김준한은 뭔가 빈틈 있어 보이는 성준을 연기하며 어려움이 없었느냐는 물음에 “나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 정제돼 있는 것보다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걸 좋아한다”며 “그런 캐릭터가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더 사실적이고 몰입도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이면에 부족하고 어설픈 부분을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작품 안에서 보였을 때 훨씬 생동감 있는 작품이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 연기를 할 때도 캐릭터의 그런 면을 발견하고 반영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선역과 악역.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두루 여러 캐릭터를 연기한 김준한. 그는 “화제가 된 작품이 나오면 그 작품 속 캐릭터와 비슷한 인물을 제안받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보호자’ 이후에 성준처럼 다소 지질한 인물 제안만 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김준한은 환하게 웃으며 “오히려 환영”이라 답했다.
“전 지질한 거 좋아하거든요. 성준이처럼 지질하고 나쁜 사람도 있지만, 지질한데 마음이 가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지질하면서도 착한 사람도 있고요. ‘보호자’를 통해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또 다른 면을 하나 연기해낸 것 같아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