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소속 박용우(30)와 이명재(30) 이규성(29)이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인종차별’로 징계를 받게 됐다. 다만 규정과는 거리가 먼 징계라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불가피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인종차별 관련 상벌위를 열고 박용우 등 선수 3명에 대해 출장정지 1경기와 제재금 1500만원을, 울산 구단엔 팀 매니저 행위 및 선수단에 대한 관리책임을 물어 3000만원의 징계를 각각 부과했다. 인종차별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정승현(29)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연맹 상벌위에서 인종차별과 관련된 주제가 다뤄진 건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연맹 상벌위는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인종차별 내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징계 양정에 있어서는 차별적 인식이 내재된 표현을 SNS에 게시한 경우에 관한 해외 리그의 징계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11일 이명재의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에 인종차별성 댓글을 달아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명재의 까무잡잡한 피부색을 두고 서로 놀리는 과정에서 동남아를 언급하거나 과거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선수 사살락 하이프라콘(부리람 유나이티드)의 실명을 거론하는 등 인종차별성 댓글을 남겨 큰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이규성은 이명재를 향해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는 댓글을 적었고, 박용우와 팀 매니저는 각각 ‘사살락 폼 미쳤다’, ‘사살락 슈퍼태킁(클)’ 등 선수 실명을 직접 거론했다. ‘기가 막히네’라는 정승현의 댓글에 이명재는 ‘니(너) 때문이야 아시아쿼터’라고 답글을 달았다.
명백한 인종차별적 대화였던 만큼 파장도 컸다. 태국 현지에서도 여러 매체가 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국제 망신으로까지 이어졌다. 사살락은 물론 소속팀 부리람, 태국 대표팀 등도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이명재는 SNS 게시글을 삭제하고 댓글을 차단했다. 박용우, 이규성 등은 사과문을 올렸으나 사살락에 대한 사과가 아닌 ‘한국어’로 된 사과문에 그쳤다.
논란이 커지자 연맹도 구단으로부터 경위서를 받은 뒤, 내부 협의를 거쳐 이날 상벌위를 열었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10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당사자 5명은 이날 한국축구 사상 첫 인종차별 상벌위에 직접 출석했다.
회의 끝에 상벌위는 선수 3명에 대해 출장정지 1경기와 제재금 1500만원 징계를 내렸고, 팀 매니저에 대한 징계는 구단 차원의 징계로 갈음했다. 규정과는 거리가 다소 먼 징계 내용이라 향후 논란은 불가피해졌다.
한편 울산 구단은 연맹 징계를 토대로 자체 징계도 예고한 상태다. 대한축구협회(KFA)도 대상자들의 징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1시간가량 소명을 마친 뒤 박용우는 “정말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언행을 신중히 하고 조심하겠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