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말 1사 2루 LG 오스틴이 그라운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적이 괜히 좋은 게 아니다. 오스틴 딘(30·LG 트윈스)이 남다른 적응력과 멘털로 인상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틴은 지난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만 모자랐다.
오스틴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 외인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일 기준으로 타율 0.317(리그 7위) 80안타(리위) 9홈런 48타점(1위) 42득점(4위) 장타율 0.504(4위)등 고른 성적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 0.310, WPA(승리확률 기여도) 1.56(3위·스포츠투아이 기준)으로 해결사가 필요할 때는 더 빼어나다.
성적은 검증된 지 오래다. 기록만큼 돋보이는 게 멘털과 태도다. 그는 18일 경기 2회 때 KBO리그 데뷔 첫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했다. 중견수 정수빈이 자신의 타구를 놓친 걸 확인하자마자 전력으로 달려 기어이 홈을 밟았다. 이후 격렬하게 기뻐하며 세리머니 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말 무사 만루 LG 김현수 2타점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온 2루 주자 홍창기가 다음 타자 오스틴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끈하고 유쾌한 감정 표현은 평소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LG에서 오래 뛴 선수처럼 벤치에서 동료들과 호쾌하게 축하를 나눈다. 경기 승리 후에는 팬들 앞에서 한국어로 자신의 응원가를 직접 불러 화답한다. 동료 선수나 구단 통역원에게도 오랜 친구처럼 장난기 어린 행동을 보여준다.
열정의 근간에는 야구와 팀에 대한 존중이 있다. 오스틴은 18일 경기 후 사이클링히트에 관해 묻자 "물론 욕심은 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록은 기록일 뿐이다. 지금 벌써 한국에 와서 기회가 2번째였다. 놓치면 놓치는 대로 아쉬워도 결과적으로는 내 기록도 좋아지고 팀도 승리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건 내 기록이나 성적이 아니라 LG 트윈스라는 팀이다. 위닝시리즈를 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웃었다.
오스틴은 "야구를 늘 열정적으로 하고 있고, 열정은 날 항상 야구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며 "LG에 와서 다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열정을 쏟아내면서 힘을 내다보니까 (다소 과하게 보일 수 있는)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의 열정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기에 성공도 가능했다. 오스틴은 "야구는 모든 나라가 열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팀원들에게도 열정이 잘 통해서 열정과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며 "오지환, 김현수, 박동원 등이 나를 잘 보살펴 주고 있다.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고 있다. 내가 (LG 외국인 타자들이 계속 실패했다는 데에서 오는) 부담 없이 팀에 녹아들어서 열정적으로 야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베테랑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말 1사 2루 LG 오스틴이 그라운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스틴이 전한 존중은 비단 팀 동료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앞서 16일 두산전에서 벤치클리어링에 앞장섰다. 오스틴은 "팀 동료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언제든지 돼 있다. 감정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가 항상 그렇게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은 아니다. 오해하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했다.
자기변호는 아니었다. 취재진이 묻지 않았는데도 그는 "KBO리그의 벤치 클리어링 문화를 잘 몰랐다. 싸움을 좋아한다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두산 선수단에도 사과한다. 받아주면 좋겠다. 다음에는 벤치클리어링이 생겨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