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품을 할 때 이미지를 동물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 ‘간신’ 때는 늑대나 표범을 떠올렸고 이번에는 수사자 느낌을 내려고 했어요. 으르렁거리고 있다가 누구라도 바로 공격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배우 김강우에게 선한 얼굴을 기대했다면 영화 ‘귀공자’는 그런 기대를 박살낼 것이다. ‘귀공자’에서 김강우는 필리핀 혼혈인 코피노 동생을 ‘잡종’이라 부르는 저질 빌런으로 변신했다.
‘귀공자’로 악역 변신을 한 김강우를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강우는 이 자리에서 악독한 빌런 한 이사로 분한 과정과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 등을 공개했다.
‘귀공자’ 김강우 인터뷰 사진.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귀공자’에서 김강우가 연기한 한 이사는 살면서 실패한 경험이 별로 없는 인물이다. 돈이면 대부분 해결되는 세상에서 재벌 2세로 태어난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 김강우는 “말투에 여유로운 느낌을 넣고 싶었다. 자기 마음대로 다 해왔던 사람이 장애물을 만나 점점 초조해져가는 과정이 캐릭터에 표현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추격전을 베이스로 깔고 가는 ‘귀공자’에서 한 이사가 갖는 지분은 상당하다. 그는 귀공자(김선호)와 마르코(강태주)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동안 악랄함과 위압적인 분위기로 두 사람 모두를 위협한다. 누아르 장르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셈이다.
그럼에도 김강우는 한 이사가 딱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연기 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가 스스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짜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며 “스스로를 악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나쁜 캐릭터 중에서는 비교적 덜 나쁜 쪽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
“한 이사에게 조금 짠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분은 발끈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짠한 면도 있다고 봤어요. 한 이사 위에 더 나쁜 놈들도 있지 않나요. (웃음) 한 이사는 머리 굴리지 않고 행동하는 조금 단순한 인물이죠.” ‘귀공자’ 김강우 인터뷰 사진.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앞서 ‘사라진 밤’, ‘외사경찰’, ‘무적자’ 등 여러 범죄 스릴러 누아르 물에서 굵직한 연기를 해왔던 김강우는 ‘귀공자’에서 국내 누아르계를 대표하는 박훈정 감독과 만났다. 김강우는 “박훈정 감독이 겉보기에는 작가 같은 분위기도 있고 점잖고 한데 속에는 진짜 진한 마초의 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좋은 호흡을 바탕으로 차기작 ‘폭군’에서도 함께한다.
데뷔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김강우. 그는 “좋은 배우란 어때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좋은 배우가 되기에 앞서 좋은 인간이 돼야한다는 것엔 동의한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좋은 인간이 되길 조금 포기한다면 롱런하지 못 할 것 같아요. 배우의 일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이잖아요. 좋은 사람이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물이죠. 나를 먼저 생각하기보단 상대를 먼저 고려해주는 그런 사람이요. 좋은 인간이 되는 걸 제 배우 생활의 지향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오는 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