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사태다. K리그1 울산 현대에서 인종 차별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과거 전북 현대에서 활약했던 사살락 하이프라콘(27·부리람 유나이티드)이다.
울산 소속의 이규성, 박용우 등은 지난 11일 이명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인종 차별 댓글을 남겼다. 전날 제주 유나이티드전 이명재의 좋은 활약을 두고 이규성은 “동남아 쿼터 든든하다”,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고 적었다. 짙은색 피부의 이명재를 ‘동남아시아인’에 비유한 것이다.
울산 구단은 논란이 일자 사과문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사태 파악과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소속 인원 전원 대상 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가해자인 이규성과 박용우 역시 SNS(소셜미디어)에 반성문을 작성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도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재발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구단 차원에서 사살락에게 사과도 전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해서 처리해야 한다”며 “인종차별적 언행에 관한 상벌 징계가 있다. 가해 선수는 10경기 이상 출장할 수 없고, 1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된다”고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대한축구협회(KFA)와 함께 이번 건에 관해 상벌위원회 개최를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은 가벼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선수들이 가볍게 남긴 댓글로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쌓은 선수의 마음에는 상처가 남았다. 이미 태국 다수 매체를 통해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태국 축구팬도 분노하고 있다.
징계 수위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 사상 초유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인종 차별 논란이 생긴 적은 있지만, 사건이 공론화돼 징계를 검토하는 것은 4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징계 수위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세계 축구계에는 인종 차별이 퍼져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마요르카) 등 해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도 왕왕 차별의 표적이 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빅리그는 인종 차별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가해자에게 엄중한 징계를 내린다.
K리그는 이번 사건을 인종 차별 근절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징계를 통해 인종 차별에 관해 선수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13일 “지난 경기가 끝나고 밤 사이에 선수들이 개인적인 SNS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팀을 맡고 있는 감독으로서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태국 축구팬을 비롯해 사살락이 과거 몸담았던 전북 현대의 팬들에게도 사과한다고 전했다.
그는 “인종차별은 축구를 떠나 세계적인 문제다. 분명히 없어져야 되는 문제다. 문제가 발견됐고, 언제든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울산 구단이 인종차별에 대해 반대하는 좋은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종 차별 피해를 본 사살락은 13일 페이스북에 “이 자리에 오기까지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고 기다려 주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만이 내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고, 나를 자랑스러워한다”며 “지금까지 스스로 내가 잘해왔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오늘날까지 싸워온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나와 팬들께 감사하다. 난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