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에는 한 가지 '전통'이 있다. 2019년부터 선수단과 현장 직원이 월간 투·타 최우수선수(MVP)를 투표로 직접 뽑는다. 기록뿐만 아니라 팀을 위해 헌신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부분까지 총망라해 평가한다. 코칭스태프가 후보자를 선정한 뒤 투표에 들어가는데 5월 타자 MVP는 도태훈(30)이었다. 55명 투표에서 46표를 획득, 득표율이 84%에 이르렀다.
도태훈의 5월 성적은 타율 0.350(40타수 14안타) 2홈런 7타점이다. 월간 출루율(0.460)과 장타율(0.525)을 합한 OPS가 0.985로 팀 내 1위. 손아섭·박건우를 비롯한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제쳤다. 공격도 공격인데 수비 공헌도 컸다. 1루와 3루를 번갈아 가면서 맡았다. 도태훈에게 표를 던진 내야수 서호철은 "팀의 소금 같은 존재였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과 본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결국) 해내는 모습이 팀원에게 긍정적인 울림을 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태훈의 야구 인생은 험난했다. 부산고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그는 동의대 졸업 후에도 미지명됐다. 2016년 육성선수로 NC에 입단, 힘겹게 프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1군에 올라오더라도 역할이 미미했다. 그런데 상무야구단(2019~2020)에서 부쩍 야구가 늘더니 올 시즌 1군 주축 멤버로 도약했다. 12일까지 시즌 타율 0.294(102타수 30안타). 출루율은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0.434이다. 삼진(17개)보다 볼넷(19개)이 더 많을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나다.
5월 자체 MVP는 도태훈의 노력이 만든 '훈장'이다. 그는 "감독님, 코칭스태프, 팀원들이 뽑아준 상이여서 더욱 뜻깊다"며 "앞으로도 잠깐 빛나는 선수가 아닌 팀을 위해 계속해 은은하게 빛이 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6월에도 그의 활약이 이어진다. 도태훈은 지난 11일 SSG 랜더스와 홈 경기, 4-4로 맞선 8회 말 1사 만루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책임졌다. 4경기 연속 안타이자 2경기 연속 2타점. 도태훈의 활약을 앞세운 NC는 선두 SSG와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리그 3위로 도약했다.
NC의 최근 상승세는 인상적이다. 개막 전만하더라 1군 백업으로 분류된 천재환·안중열·윤형준 등이 번갈아 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전급 선수들이 빠지더라도 백업 선수들이 빈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채운다. 도태훈은 이른바 '백업 반란'을 이끄는 핵심 주역이다.
그는 "캠프 때부터 타격파트 코치님들과 좋은 공, 안 좋은 공을 구분하는 루틴 플레이를 해왔는데 옆에서 도움 주시는 코치님들 덕분에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며 "지금 팀 분위기가 좋아서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 잘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분위기 이어질 수 있을 거다.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