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혐의로 기소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가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렸던 이영하(26·두산 베어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정금영)은 5월 31일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영하는 지난 2021년 인터넷 커뮤니티 고발 글을 통해 선린인터넷고 재학 시절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다는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2022년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가 들어갔고, 경찰 조사와 불구속 기소가 이어졌다. 6차례 공판이 벌어졌으나 결과는 무죄였다. · 재판부가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한 건 증거의 맥락이 맞지 않았기 때문. 재판부는 "피해자는 2014년 말부터 다른 야구부원들이 보는 가운데 괴롭힘을 당했고 피해자 외에도 여러 부원이 피해를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도 "공소 사실로 기재된 일시장소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진술은 객관적인 증거나 다른 야구부원들의 진술에 배치되는 등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이 제시한 증거는 부실한 수준을 넘어 사실과 달랐다. 피해자 A씨는 2015년 8월 26일 부산 구덕야구장 더그아웃, 2015년 8월 말 또는 9월 초 이영하의 자취방, 2015년 8월 초 학교 웨이트장 등을 피해 장소로 진술했다.
그러나 이영하는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2015년 8월 26일 일본으로 출국해 9월 7일 귀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자취방 역시 피해자가 주장한 시점에 이영하가 거주하지 않았다. 동거인의 진술, 월세 송금 내역, 주민등록 등을 통해 확인됐다. 전기 파리채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도 일관성이 떨어졌다. 앞서 2015년 3월 선린인터넷고 야구부에서 일어난 폭행·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진행한 야구부원 40인 대상 무기명 설문조사에서 이영하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것도 근거가 됐다.
법은 증거로 말한다. 큰 사건일수록 그렇다. 고발 대상이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가 될 수는 없다. 증언이 사실과 일치하고 증거가 갖춰져야 피해자의 상처를 올바르게 치유하고 가해자를 제대로 벌할 수 있다. 그래야 비로소 '정의'를 입에 담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정의에 닿지 못하고 단순 폭로에 그쳤다. 피해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에 앞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경찰·검찰 등 시스템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난 김선웅 변호사는 "스포츠윤리센터에 사건이 신고된 후 잘 걸러지지 않은 상태로 경찰로 넘어간 게 가장 안타깝다. 언론에서도 쟁점이 됐고, 당시 학교 폭력과 미투에 대한 이슈가 커져 수사 기관들도 부담을 느낄 때였다"고 돌아봤다.
김선웅 변호사는 이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서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에서 이영하 선수가 조사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혐의가 검찰 단계에서 벗겨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검찰이 공소 시효에 쫓기면서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선린인터넷고의 앞선 사건이 재판부에 선입견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던 점도 우려했다"고 했다. 사실과 합치되지 않은 증언이 나와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였고, 여러 측면에서 허점을 남겨둔 채 재판이 진행됐다는 뜻이다.
법적 절차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완전 무죄'가 나온 만큼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1심에서 밝혀지지 않아 피해자에게 억울했던 측면이 2심 이후에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현재 이영하가 무죄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도 9개월간 법정에 묶여 마운드에 서지 못한 또 다른 피해자가 됐다. 섣부른 기소가 만든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