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규칙은 복잡하다. 한 경기에 많은 상황이 발생한다. 심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볼과 스트라이크, 아웃과 세이프, 페어와 파울 등을 판정하고, 선수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 공정한 야구를 위해 필요한 심판 고유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심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이다. 지난 10일 부산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전, 20일 잠실 한화 이글스-LG 트윈스전에서 선수과 심판이 감정 싸움을 한 것도 결국 볼 판정 때문이었다.
필자가 많은 국제 경기를 경험한 바에 따르면, KBO리그 심판진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비해서는 조금 못하지만 마이너리그보단 심판 수준이 높다. 우리 심판진이 하프 스윙에 대해선 과거보다 판정의 정확도가 많이 높아졌다. 과감하게 스윙을 인정하더라.
다만 '스피드업' 추진 영향인지, 최근 들어 좌우 스트라이크존(S존)이 많이 넓어졌다. 투수의 기량이 더 발전하려면 좌우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져야 한다.
또한 볼 카운트에 따라 S존이 달라지곤 한다. 같은 코스에 공이 들어와도 0볼-2스트라이크에선 볼로 판정하고. 3볼-0스트라이크에선 스트라이크 판정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상황에 따라 엄격하게, 또 후하게 달리 판정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투수와 타자 모두 심심찮게 불만을 표현한다. 타자는 심판에게 아쉬움을 표현하고, 투수는 마운드에 주저 앉아 고개를 갸웃거린다. MLB에서 오래 뛴 추신수(SSG 랜더스)가 보면 '어, 이상하네' 싶을 때가 많을 것이다. 한국 야구의 수준을 올리는 데 있어 심판이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로진백 사용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해야 한다. 우리 투수들은 경기 중에 로진을 잔뜩 묻혀 공을 던진다. 로진백을 만지고선 입으로 '후~' 부는가 하면, 일부 선수는 하도 많이 묻혀 공이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하얗게 로진 가루가 공중에 흩뿌려지기도 한다. 규정에 따르면 공을 던지는 손가락에만 로진을 묻혀야만 한다.
로진을 많이 묻히는 습관이 생겨 국제대회에서 우리 투수들이 로진 사용과 관련해 경고를 받곤 한다. 우리 리그에서도 가차 없이 경고해야 한다. KBO리그 규정(경기의 스피드업)을 살펴보면 '투수는 로진을 과다하게 묻히거나 다른 곳(팔, 모자, 바지 등)에 묻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투수가 이와 같은 행동을 하였을 경우 첫 번째는 경고, 두 번째부터는 볼로 판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건 심판밖에 없다. 더불어 MLB는 올해부터 다시 이물질 검사를 강화했는데,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이를 더욱 강력하게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
투수판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고척돔을 제외한 나머지 구장에서 이중 투수판을 사용하고 있다. 투수판 바로 앞에 또 하나의 투수판을 설치해 놓았다. 흙이 많이 파여 투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마추어부터 이런 환경에서 공을 던져 이중 투수판이 익숙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KBO에서 특별한 규정을 두진 않고 있지만, KBO에 따르면 MLB는 이중 투수판이 사라졌고, 일본 역시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일부 선수는 이중 투수판을 악용해 조금 앞에서 던지는 경우가 있더라. 현재와 같은 마운드 환경이 유지된다면 이를 제재하고 주의를 줄 수 있는 건 심판밖에 없다.
S존, 로진백, 이중 투수판 등 국내 리그에서만 존재한다면 이는 국제 경쟁력과도 연관된다. 잘못되거나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는 규정은 없애야 한다. 이런 작은 것부터 바뀌어야 국제대회에서 망신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심판진의 정확한 판정과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