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주들이 모처럼 웃었다. 올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과 감산 효과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머지않아 '7만 전자'를 찍고 국내 증시에 봄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전일 대비 3.32% 오른 6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원 중반대에 머무르며 좀처럼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18일과 19일 연속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단숨에 6만원 후반대에 도달했다.
이런 기세를 몰아 7만원대에 진입하면 지난해 3월 29일(7만200원)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훈풍을 미리 알아채기라도 한 듯 외국인 한도 소진율은 연초 49%대에서 52%까지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실적은 반도체 수요와 함께 바닥을 찍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2분기 회사의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98%가량 쪼그라든 2665억원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6402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가 마지막이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기조의 투자가 집행되며 고객사가 재고를 지속해서 조정해 수요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바꿔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김재준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생산 조정은 중장기 수요 대응에 충분한 물량을 보유한 레거시(구형) 제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1분기부터 시작된 라인 재배치 등으로 감산은 훨씬 더 의미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2개 분기 연속 90%대의 역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악재가 이미 반영된 만큼 하반기 반등 시그널만 맞아떨어지면 주가는 곧바로 회복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 회복이 다소 늦어진다고 가정해도 삼성전자의 20% 이상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 효과만으로도 하반기 글로벌 D램·낸드 수급은 균형에 근접할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세트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현저히 낮아져 향후 출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작년 말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올해 삼성전자도 동참한 '반도체 다이어트' 효과는 아직 시장에 닿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서버 출하량 감소와 높은 재고 수준으로 2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각각 13~18%, 8~13%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내수 침체와 공급망 재고 조정은 서버 출하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서버 수명 주기를 연장하는 추세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챗GPT가 촉발한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는 호재이지만, AI 서버가 전체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라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한계가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서버 시장의 반등 여부는 재고 감소율에 달려 있다"며 "현재 추정치를 고려할 때 이런 턴어라운드(반등)는 빠르면 2023년 후반에 실현되거나 2024년 상반기로 밀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