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은 쉬면서 뭘 볼까요? 배우들과 가수들이 시청자로서 빠진 작품은 무엇일까요? 넘쳐나는 콘텐츠에 뭘 봐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스타들이 추천하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 스틸. 사진제공=소니픽처스 “고등학생 당시 ‘행복을 찾아서’를 보고 울었어요. 영화를 보고 울긴 처음이었죠. 아버지들의 삶이나 그들의 마음을 고등학생이 얼마나 알겠어요. 하지만 공감이 갔고, 그래서 눈물이 날 수 있다는 게 충격이었죠.”
배우 김우빈은 지난 2016년 자신이 출연한 영화 ‘마스터’ 개봉 당시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휴먼 드라마’라며 ‘행복을 찾아서’를 언급했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이런 게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후 그가 휴먼멜로인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2016)에 출연하고, 건강상 이유로 잠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또 다른 휴먼드라마인 ‘우리들의 블루스’로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것은 이러한 바람이 녹아든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 포스터. 사진제공=소니픽처스
‘행복을 찾아서’는 2007년 개봉된 작품으로, 한물간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의 이야기다. “내 인생은 달리기”라며 고밀도 스캐너를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언제나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하지만,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고 결국 돈 때문에 모든 게 박살 난다. 함께 생활고에 시달렸던 부인은 떠나버리고, 길거리로 나앉을 신세로 전락해버린다. 하지만 그에겐 다섯살 난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도 있기에 절망만 느끼고 있을 수 없다. 가드너는 어떻게든, 하루하루 살아남으려 한다.
그러나 불행은 끝이 없고, 행복은 너무 멀기만 하다. 가드너는 스캐너를 팔다가 우연히 한 증권사 인턴십 면접을 볼 기회를 얻지만, 주차 체납 벌금을 내지 못해 구류 처분을 받는다. 간신히 면접 시간 전 구류가 끝나지만 버스비도 없다. 두 다리로 미친 듯이 달려 면접 장소에 도착하지만, 허름한 옷과 몰골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기죽지 않는다. “정답을 모르면 당당히 모른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정답을 찾는 방법을 알고 반드시 찾아낼 겁니다”라고 말하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가드너는 인턴십 기회를 잡는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 스틸. 사진제공=소니픽처스
그리고 시작된 6개월간의 인턴 생활. 여전히 가드너는 달린다. 회사동료들은 가드너를 과소평가하고 깔보지만 그는 일하고, 공부하고, 틈틈이 회장님과도 친분을 쌓으려 노력한다. 그 덕분에 실적도 좋아지고 스캐너도 거의 다 팔았지만, 인턴 4개월째 세금을 내지 않아 통장의 돈이 국세청에 압류돼 또 다시 가난해진다. 하룻밤 잘 곳도 찾지 못해, 어린 아들을 지하철 화장실에서 재운게 된다.
영화는 가드너가 빈털터리가 되고 회사에 채용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구체적으로 그린다. 그 과정에서 가드너는 한 인간으로서, 한 아버지로서 고군분투하지만 언제나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노력한다고 해서 잘 살 수 있을까”라고 잠시 인생에 물음표를 던지기도 하지만, 매일 뛰어다니면서 치열하게 현실을 버텨나간다. 영화는 실제 한 투자사의 사장인 크리스 가드너의 과거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 말미 결국 가드너의 성공한 삶을 자막으로 짧게 전한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 스틸. 사진제공=소니픽처스
한 인물의 성공담을 그린 듯하지만, 영화는 ‘성공’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렇게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 인간이 하루하루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해 살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최소한의 존엄성도 보장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지다가는 곧바로 낭떨어지로 떨어지기 때문에 포기조차 할 수 없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인간으로서, 또 어린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누군가에게는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 스틸. 사진제공=소니픽처스
영화에는 배우 윌 스미스와 그의 실제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가 출연한다. 래퍼였다가 배우로 활동을 넓혀, 주로 코미디 장르에 출연했던 윌 스미스는 ‘행복을 찾아서’를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절망적인 상황을 정신없이 견뎌낸 후 보여주는 윌 스미스의 얼굴에는 영화의 메시지 자체가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아들과의 연기 호흡은 캐릭터의 진한 부성애를 더 와닿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