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언더핸드스로지만 투구 동작 때문에 도루 허용이 많은 편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내준 도루가 114개로 리그 1위. IS 포토
박종훈(32·SSG 랜더스)은 매년 '도루'가 고민이다. 언더핸드스로인 그는 투구 시 무릎을 굽히고 오른팔을 내린다. 찰나의 순간 성패가 엇갈리는 도루에서 투수의 동작이 크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다. 실제 박종훈은 최근 5년(2018~2020) 허용한 도루가 114개로 1위(2위 한화 이글스 김민우·90개)다. 그뿐만 아니라 도루허용률까지 80.9%로 높다. 투구 템포를 다르게 해 주자를 헷갈리게 하고 세트 포지션에서 무릎을 굽히지 않고 공도 던져봤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언더핸드스로를 비롯한 사이드암스로 유형은 도루 허용이 '숙명'이다. 박종훈이 재활 치료를 뒤늦게 복귀한 지난해에는 LG 트윈스 정우영(24)이 리그에서 도루를 가장 많이 허용(29개)했다. 정우영은 사이드암스로로 시속 150㎞가 넘는 '고속' 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2022시즌 데뷔 첫 홀드왕(35개)에 오르며 LG 필승 조를 이끌었지만 유독 도루에 약했다. 도루 허용률이 무려 97%에 이른다. 불펜 투수가 도루 허용 1위에 오른 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그런 면에서 LG 신인 박명근(19)은 흥미로운 선수다. 라온고를 졸업한 박명근은 2023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7순위로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스프링캠프를 완주했고 시범경기 쾌투를 이어가며 염경엽 LG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체격(1m74㎝·몸무게 75㎏)이 크지 않은 박명근은 사이드암스로로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진다. 눈길을 끄는 건 주자를 묶는 능력이다. 사이드암스로지만 주자가 뛸 만한 빈틈이 잘 보이지 않는다.
LG 트윈스 신인 박명근은 사이드암스로지만 투구 동작이 간결해 주자가 빈틈을 찾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LG 제공
염경엽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투구 동작을) 빨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더라. 동작이 빠르면서 구속이 안 나오면 문제가 있지만, 자기 구속을 유지하는 건 밸런스가 맞다는 거"라며 "주자가 2루에 있으면 천천히 해도 괜찮은데 그때도 (빠른) 슬라이드 스텝(slide step)을 한다. 그게 편하고 좋은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는 거다. 엄청난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박명근도 처음엔 어려웠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그는 "어렸을 때는 세트 모션이 느린 게 단점이었다. 어떻게 하면 동작을 빠르게 해서 도루 허용을 줄일까 생각했는데 지금의 투구 폼으로 했을 때 주자가 거의 뛰지 못했다. 계속 연습했고 지금은 빠르게 하면 0.9초대가 나온다고 하더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솔직히 쉬운 투구 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면서 장점으로 극대화한 거다. 몸이 익숙해졌는지 (이젠) 해볼 만하다"며 웃었다.
박명근은 개막전 엔트리 승선이 유력하다. 염경엽 감독이 생각하는 롱릴리프 자원 중 하나다. 5선발 경쟁에선 강효종에 밀렸지만, 필승 조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경기 3경기 평균자책점이 2.16으로 준수하다. 염 감독은 "도루를 20개 허용하는 선수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잘 던져서 평균자책점을 낮출 수도 있지만 슬라이드 스텝이나 견제, 수비를 통해서도 수치를 향상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투수가 안타를 안 맞고 득점을 안 주려고만 하는데 세컨드 플레이로도 평균자책점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봉중근(은퇴)이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박명근도 마찬가지"라고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