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L 제공 2022~23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 어느 때보다 2~4위 경쟁이 뜨거워서 최우수선수(MVP)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드러난 구도는 안양 KGC의 변준형(27·1m85㎝)과 서울 SK 김선형(35·1m87㎝)의 이파전이다. 이들은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 시즌 개인 기록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다.
KGC는 이번 시즌 전력 보강은 없고 누수만 있었는데도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보여주며 계속 선두를 달렸다. 올 시즌 KGC는 자유계약선수(FA)로 떠난 슈터 전성현의 빈 자리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변준형이 그 공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훌륭하게 활약했다.
변준형은 슈터, 그리고 상황에 따라 포인트가드 역할도 소화한다. 올 시즌 평균득점 12점(23일 기준)은 그의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지난 시즌 30.6%였던 3점 슛 성공률이 35.5%까지 올라간 것도 돋보인다. 지난 시즌 풀타임 포인트가드로 뛸 때의 어시스트(평균 5.7개)와 큰 차이 없는 5.1어시스트를 올리며 KGC의 플레이를 주도했다. 전반적으로 농구를 읽는 시야가 부쩍 좋아졌다.
팀의 해결사 역할을 맡으면서 변준형은 부담이 크게 늘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즐기듯 승부처에서 자신있게 3점을 쏜다. 김상식 KGC 감독은 “안 들어갈 때 화가 안 난다면 거짓말이지만(웃음) 모든 선수들, 특히 준형이에게 자신있게 쏘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벤치와 동료들의 신뢰를 얻은 변준형은 에이스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SK의 가드 김선형은 올 시즌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주로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를 앞세웠던 김선형은 35세인데도 체력이나 스피드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빠른 SK의 속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희철 SK 감독은 “선수들의 체지방과 근육량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그런데 선형이는 그 나이에도 인바디가 팀 내 가장 좋은 수준이다. 시즌 중에도 체중이나 근육량이 거의 변화가 없다. 자기관리가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SK는 올 시즌 잦은 연장전을 치렀는데, 이때 막판 승부처에서 클러치 샷을 성공한 주인공이 김선형일 때가 많았다. 극적인 장면을 자주 연출하고, 플레이가 화려해서 관중을 즐겁게 하는 스타다.
또 김선형은 최근 무서운 기세로 어시스트 기록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도움보다는 공격 성향이 강한 가드였던 김선형은 최근 5경기 중 네 차례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올렸다. 통산 더블 더블이 24차례인데, 올 시즌에만 11번 성공했다. 현재 평균 6.7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인 그는 “기록에는 크게 신경을 안 쓰지만, 평균 7어시스트까지 한번 올려봐도 좋겠다”며 웃었다.
이들은 최근 인터뷰 때마다 MVP 욕심을 묻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변준형은 "그런 욕심을 부리면 경기가 잘 안 된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선형은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록 그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드려야 겠다는 책임감도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