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가 마이크 트라웃을 꺾고 일본 야구대표팀의 세 번째 우승을 완성했다. AFP=연합뉴스
어떤 의미로든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다.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현 시점 전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가 자신이라는 걸 실력으로 증명했다.
오타니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 출전해 타자로 3타수 1안타 1볼넷, 투수로 1이닝 1볼넷 1탈삼진 1세이브를 기록해 야구 종주국 미국을 상대로 개인 첫 국제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오타니는 현 시전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2018년 베이브 루스 이후 처음으로 투타겸업에 성공해 신인왕을 탔다. 이후 부상과 재활 시기가 있었으나 완전히 회복한 2021년 타자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103득점과 투수로 9승 2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고 아메리칸리그 MVP(최우수선수)를 탔다. 이어 지난 2022년에도 34홈런 95타점 90득점과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해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당대 최고 '수준'의 선수가 아닌 당대 최고에 가까웠지만, 정상급 기량을 완벽하게 과시할 무대가 없었다. 소속팀 LA 에인절스의 부진으로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오타니 이전에 이미 당대 최고로 꼽히던 마이크 트라웃이 팀 동료로 있었다. 오타니에게는 좀처럼 정상의 무대에서 정상의 선수를 꺾을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올해 WBC가 열렸다. 일본은 혼혈 선수 라스 눗바까지 합류시킬 정도로 초호화 선수단을 짰고, 그 중심에는 단연 오타니가 있었다.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해본 오타니로서는 첫 영광을 누려볼 절호의 기회였다. 마침 트라웃 역시 오타니와 같이 우승 욕망이 강렬했다. 대회의 최고 화두는 두 사람 중 누가 첫 우승을 차지할지였고, 결국 둘은 결승전에서 만났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뛸 수 있는 오타니다. 포지션을 고려하면 둘이 만날 수 있었으나 오타니는 로테이션과 소속팀 사정상 결승전 선발 등판이 어려웠다. 그러나 오타니는 일찌감치 불펜 등판이 가능하다 예고했고, 마침내 22일 경기에서 그럴 상황이 펼쳐졌다. 오타니는 리드를 점한 경기 중반부터 더그아웃과 불펜을 오가며 등판을 준비했고, 8회 이후 몸을 풀며 자신이 마무리임을 확인시켰다.
상황까지 완벽했다. 미국은 8회 한 점 차로 일본을 추격했고, 9회 타순은 9번부터 출발했다. 어떤 상황이 와도 트라웃까지 타석이 갔다. 게다가 앞선 타자 무키 베츠가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무려 9회 2사 상황에서 두 MVP의 맞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다시는 상대로 마주칠 수 없을지도 모를 타자. 오타니는 라이벌 아닌 라이벌 트라웃을 힘으로 제압했다. 초구부터 '필살기' 스위퍼를 던졌고, 2구와 4구 한 가운데 시속 161㎞ 광속의 직구를 던져 2스트라이크를 선점했다. 트라웃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바깥쪽으로 빠진 직구에 성급하게 나가지 않으며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오타니의 필살기가 뿌려졌다. 지난해 그가 2점대 평균자책점과 200탈삼진을 기록할 수 있게 해준 횡으로 휘는 스위퍼(횡슬라이더)가 트라웃의 타석 앞에서 휘었고, 트라웃의 풀 스윙은 방망이에 닿지 못하고 삼진으로 끝났다.
현 시대 최고의 선수를 제압하고 직접 우승컵을 들었다. 이론의 여지 없이 최고의 선수가 된 오타니는 1년만 있으면 FA(자유계약선수)를 맞이한다. 가치는 절정이다. 그가 최고라는 것을 2023시즌이, 그리고 시즌 후 스토브리그가 다시 한번 증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