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원중과 고영표, 소형준, 정철원, 정우영이 도쿄돔 마운드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마운드 세대교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선발 논란 속에서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젊은 투수를 대거 뽑았다. 성적을 고려하면서도 세대교체를 위해서다. 마운드 세대교체는 야수진에 비해 더딘 편이었다.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20대 신예 투수는 총 10명이다. 전체 투수(15명)의 66.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처럼 연령 제한을 둔 국제 대회를 제외하고, 성인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는 무려 7명이다. 나머지 고우석(25·LG 트윈스) 박세웅(28·롯데 자이언츠) 원태인(23·삼성 라이온즈)도 대표팀 경력 1~2회가 전부였다.
하지만 세대 교체는 실패했다. 10일 일본전과 12일 체코전 두 경기서 총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박세웅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20대 투수는 없었다.
지난해 세이브왕 고우석은 평가전 도중 어깨 주변 단순 근육통 속에 본선에서 자취를 감췄다. 홀드왕 정우영(24·LG)은 공인구 적응에 실패, 자신의 강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소형준(22·KT 위즈)은 일본전 4-2로 앞선 7회 볼넷과 안타를 내줘 역전 3점 홈런의 빌미를 제공했다.
좌완 김윤식(23·LG)과 이의리(21·KIA 타이거즈)는 일본전에서 4사구 3개씩 허용하며 제구력 난조를 드러냈다.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의 좌완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 모은 구창모는 컨디션 난조 탓에 구원 투수로만 두 차례 나와 1과 3분의 1이닝 2실점 했다. 곽빈(24)과 정철원(23·이상 두산 베어스)도 빠른 공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각각 평균자책점 13.50, 6.75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표팀 투수 선발 과정부터 일본전 선발(김광현)까지 '또 김광현, 양현종이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작 이들 베테랑을 대체할 만한 새 얼굴이 별로 없다.
단지 이번 대회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KBO리그 내에서도 젊은 투수의 성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운드 질적 저하가 심각하다. 시속 160㎞ 강속구에 제구력까지 갖춘 일본 투수진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 외에도 사사키 로키(22·지바 롯데), 요시노부 야마모토(25·오릭스 버팔로스)가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마나가 쇼타(30·요코하마 DeNA)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20대 투수(13명)로 채운 일본은 1라운드 팀 평균자책점 1.50의 짠물 피칭을 했다. 한국의 팀 평균자책점은 7.55였다.
2006 WBC 4강, 2009 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이끈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투수들의 훈련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연습) 투구 수가 적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면 뭣하나. 제구가 안 되는데"라며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려면 컨트롤을 향상 해야한다. 더 집중해서, 많은 공을 던져야 한다. 또한 러닝 훈련도 많이 부족하다. 하체가 받쳐줘야 보다 위력 있는 투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도 14일 귀국 뒤 "소형준이나 이의리 등 젊은 선수들이 자기 공을 제대로 던졌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왔을 거다.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다 발휘하지 못하면 그것도 실력이다. 그래도 발휘하려면 경험을 쌓아야 한다. 팬분들께서 기다려주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