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현수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대표팀 선배들께는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이 (대표팀을) 쉽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아쉽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35)가 작심 발언을 던졌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3일 마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중국전을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 일정을 마쳤다. 예상 밖의 1라운드 탈락을 겪었고,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대표팀 부진을 비판한 건 팬들과 미디어에 그치지 않는다. 야구 선배들 중에서도 쓴소리를 여럿 남겼다. 변호와 위로도 있었지만, 일방적인 비난도 많았다.
이에 김현수가 입을 열었다. 김현수는 13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대표팀에 많이 나오셨던 선배들로부터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도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분들이 대표팀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현수의 말처럼 대표팀을 함께 한 선배들 다수가 대표팀을 감쌌다. 해설위원으로 도쿄돔을 찾은 이대호는 취재진을 찾아가 강백호 등 선수들을 비판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택근은 사과의 메시지를 보낸 이정후에게 오히려 위로의 답을 남겼다.
반면 양준혁 해설위원은 개인 방송을 통해 “한일전은 내가 본 최악의 경기다. 지금까지 국제대회를 하면 경쟁력이 있었는데 이 경기는 내가 본 최고의 졸전”이라며 “명백한 이강철 감독의 패착”이라며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전략을 짠건지 모르겠지만 단기전은 다르다. 호주를 상대로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에 지면 국가대표를 그만둬야 한다" 등 강한 발언도 여럿 던졌다. 양준혁은 1999년 아시아 선수권대회 이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어보지 못했다.
한편 김현수는 이번 대회로 16년에 걸친 대표팀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김현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진짜 마지막인 것 같다. 저는 이제 끝났지만 '팀 코리아'를 믿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대표로 뽑힐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뻤다. 또 그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난 대표팀에 많이 뽑히기도 했고, 나이도 있다. 지금이 내려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대로 못 하면 능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게 맞다. 후배들이 더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고 했다. 김현수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준비는 잘했지만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선수들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긴장하지 않도록) 선수들끼리 서로 도와줘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