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대2 콜드게임 승리로 경기를 마친 이강철 감독이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6년 만에 돌아온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기대 이하 성적 탓에 야구팬들이 느끼는 실망이 매우 크다. 최근 10년 동안 열린 국제대회 중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을 제외하면 2013년·2017년 WBC 1라운드 탈락, 2021년 도쿄 올림픽 노메달 등 부진한 성적표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WBC에선 한국이나 네덜란드를 비롯해 국제대회 강호로 군림했던 팀들의 쇠퇴와 이탈리아나 호주처럼 변방으로 치부됐던 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야구대표팀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경기 내용 자체가 좋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다시 야구 강국으로 복귀가 가능할까.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국제대회 성적이 부진하면 선수 몸값의 거품론, 정신 자세, 감독의 전략, 선수 선발 등이 가장 먼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비난만 한다고 해서 거듭된 성적 부진이 사라지지 않을 거다. 어차피 미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인프라 차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갑자기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차근차근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당장 손댈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부분부터 빠르게 조치를 하면 어떨까.
올 시즌부터 KBO리그에는 샐러리캡이 적용된다. 2025년까지 KBO리그 각 구단은 연봉 총액 114억2638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만약 연봉 총액을 초과하게 되면 제재금 및 지명권 하락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연봉이 자존심의 척도인 프로 선수들에겐 그리 달가운 제도가 아닐 거다. KBO는 샐러리캡을 도입하면서 전력 상향 평준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언급했다.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앞두고 이강철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는 샐러리캡이 전력 평준화에는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만, 상향 평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차라리 부자 구단과 그렇지 못한 구단의 '돈 싸움' 격차를 줄이겠다는 게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사실 샐러리캡으로 인해 선수들의 연봉 빈부 격차가 자칫 커질 수 있다. 구단에서 판단하는 특급 FA 선수를 잡기 위해 돈을 몰아주면 샐러리캡을 넘어서지 않기 위해 어중간한 선수들이 연봉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선수가 샐러리캡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거다.
이 부분에서 현실적인 접근을 생각해보자.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겠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의 최대 관심사는 흔히 말하는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일 거다. 힘들게 프로야구 구단에 지명돼 1군에서 충분히 기량을 발휘, 연봉 대박을 꿈꾸는 건 당연하다. 이 부분을 뭐라고 하긴 힘들다. 모든 직업인은 자신이 흘린 땀과 노력의 충분한 보상을 원하고 또 그것을 위해 스스로에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필요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태극마크를 단다는 명예심과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이 아닐까 반문하게 된다.
현재 KBO리그에선 국제대회 경중에 따라 1군 보상일수가 주어진다. 1군 등록일수가 부족한 시즌이 있다면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보상일수를 더해 향후 FA 자격을 행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좋다면 이 보상일수를 상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된다. 물론 구단은 달가워하지 않을 거다. 많은 팬도 이미 높은 연봉에 대한 반감이 강해 이런 혜택을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대회의 거듭된 실패는 KBO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거고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팬들의 조롱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워질 거다. 약간의 현실적인 혜택 확대로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힘을 실어주는 게 어떠냐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