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 수비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무키 베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MLB) MVP 수상자만 7명이 출전한다. 가장 권위 있고, 품격을 갖춘 대회로 평가 받는 이유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 있는 빅리그에서도 레벨 차이는 존재한다. 주전과 백업, 주전급과 정상급, 스타 플레이어와 아이콘 등. 당연히 몸값도 천차만별이다.
미국·도미니카 공화국·베네수엘라·네덜란드 등 일부 참가국 대표 선수들은 거의 미국 무대에서 뛰고 있다. 스타 플레이도 많다. 그러다 보니 포지션별 안배로 최종 엔트리를 구성했는데도, 주전과 백업 구분이 어려운 팀들이 있다. 이번 대회, 각국 베스트 라인업을 주시하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2017년 열린 4회 대회에서 한국은 참가국 최강 내야진을 구축한 네덜란드를 1라운드에서 만났다. 당시 MLB 정상급 유격수였던 디디 그레고리우스·안드렐톤 시몬스·젠더 보가츠가 모두 네덜란드 대표팀에 뽑힌 것. 주 포지션을 지키려는 세 선수 사이에 묘한 경쟁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이 경쟁에선 수비력이 가장 앞선 시몬스가 주전 유격수, 보가츠가 3루수 그리고 그레고리우스는 지명타자로 나섰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도 주전이 누구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포지션이 있다.
먼저 미국 대표팀의 1루수다. 2022시즌 내셔널리그(NL) MVP를 수상한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최근 4시즌(2019~2022) 기준 MLB에서 가장 많은 홈런(146개)을 친 '북극곰'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가 경합한다. 공격력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수비는 골드슈미트의 경험이 조금 더 많다.
대회 개막전 MLB닷컴이 이정후와 함께 올스타 외야수 3명 중 한 명으로 꼽은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내야수로 나설 판이다. 그는 2018년 아메리칸리그(AL) MVP이자 마이크 트라웃과 함께 현역 최고 타자로 평가받는다.
베츠는 내야수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지만, 당시 주전이었던 더스틴 페드로이아를 넘지 못하고 외야수로 전향했다. 정상급 선수가 된 뒤에도 종종 내야수로 나섰다.
이번 대회에선 트라웃, 카일 터커, 카일 슈와버, 세드릴 멀린스 등 미국 대표팀 외야진에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상황에서 전력 배분을 위해 내야로 나설 전망이다. 베츠가 경쟁에서 밀린 건 아니지만, 이 또한 국제대회이기에 볼 수 있는 운영이다.
폴 골드슈미트(왼쪽)과 피트 알론소.
미국보다 더 강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도미니카 공화국도 내야 경쟁이 치열하다. 2루수는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진 세구라(마이애미 말린스)가 있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팀 리더인 로빈슨 카노의 주 포지션도 2루다.
지난 시즌(2022) 월드시리즈 MVP 제레미 페냐(휴스턴 애스트로스) 빅리그 데뷔 2년 차에 12년 장기 계약을 따낸 완더 프랑코(탬파베이 레이스) 두 신성 듀오가 유격수를 두고 경합한다.
그레코리 소토(필라델피아 필리스) 카밀로 도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루이스 가르시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소속팀에서 클로저 또는 셋업맨을 하고 있는 투수들 중 누가 9회를 책임질지도 관심사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빅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가 평가전에서 빼어난 내야 수비력을 보여줬지만, 국내 골든글러브 듀오 오지환과 김혜성도 밀리지 않는다. 특히 김혜성은 타격감까지 좋다. 나성범이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보였던 주전 우익수 자리고 박건우가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며 예측이 어려워졌다.
팀 승리가 최우선인 국제대회지만, 선수도 자존심이 걸려 있다. 내부 경쟁도 치열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