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자칭 ‘메시아’들의 범죄 행각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에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피해자들의 2차 가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 자신이 당한 성폭력 등 피해를 공개했지만 다큐멘터리의 취지와 다르게 피해자에 대한 비난, 비하 등의 악성 댓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통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와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등 대한민국을 뒤흔든 종교와 그 안에서 발생한 범죄 이야기를 8편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다. ‘나는 신이다’ 첫 3편은 JMS 총재 정명석의 성범죄 사건을 샅샅이 다뤘다. 앞서 JMS는 ‘나는 신이다’ 방영을 막아달라며 서울 서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2일 기각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1화 시작부터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정명석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홍콩 출신 여성 메이플이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한 것. 메이플은 “다시는 피해자가 안 나오게 하고 싶다”며 힘겹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한 홍콩 출신 메이플. 넷플릭스 캡처
다큐멘터리에는 메이플의 동의 하에 그의 육성이 담긴 녹음까지 소개됐다. 방송에는 정명석이 메이플에게 한 “나 꽉 껴안아 줘” “아유, 히프 크다” “나는 한 50번은 ×거 같아” 등의 말들이 그대로 담겼다. 다큐멘터리에는 JMS 여신도들이 정명석을 향해 “주님, 피곤하시죠?” “저희와 함께 반신욕 해요” “주님의 피로를 확 녹여드릴게요”라고 말하는 영상이 별도의 모자이크 없이 공개되기도 했다.
파급력은 상당했다. 6일 대검찰청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정명석 사건 공판에 최선을 다하고 피해자들의 보호와 지원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다큐멘터리의 순기능 못지 않게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는 기존 지상파보다 표현 수위에서 자유로운 OTT 특성을 고려해도 피해 사실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것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자의 상황을 반복적으로 묘사하는 화면 구성에 용기를 내 폭로에 나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로 폭로에 나선 메이플을 향한 악성 댓글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라고 부르기도 싫다. 자기가 기꺼이 몸 바친 것이 아니냐” “성인 배우를 닮았다” 등 주로 피해자의 외모에 대한 내용과, 다큐멘터리의 취지와 다르게 성적인 묘사에 집중하는 내용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조세희 법무법인 율화 변호사는 “아무리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것들을 공개했다고 하더라도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한 폭로를 무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가 있더라도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될 정도의 2차 가해는 범죄 행위가 될 수 있으니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세희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폭로를 저지하거나 수사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2차 가해를 단행할 경우 가중처벌되는 규정이 있다고도 짚었다. 그는 “만약 JMS 신도들이 피해자에게 이러한 범죄행위를 한다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명석은 1999년 신도 성폭력 등 혐의를 받자 해외로 출국해 2007년 중국 공안에 의해 검거되기까지 약 10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했다. 이후 2008년 한국 법정에서 10년형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출소했다. 출소 이후 2021년 9월까지 금산군 한 수련원 등에서 17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고, 호주 국적 여성 신도의 허벅지 등을 만진 혐의로 지난해 10월 다시 구속기소됐다. 여기에 복수의 여성 신도들이 정씨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추가로 고소해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정명석의 변호인은 지난해 12월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