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캐롯의 이름을 과연 '봄 농구'에서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오는 여름 과연 캐롯의 간판은 또 어떻게 바뀌게 될까. 모든 게 물음표다.
캐롯의 운영사인 데이원스포츠(데이원)는 지난 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부터 모기업 역할을 할 새로운 인수기업을 모색 후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8월 말 창단식을 치렀던 걸 고려하면 채 반년이 지나기도 전에 구단이 존폐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이미 창단 때부터 온갖 물음표가 따라온 구단이었다. 데이원의 인수 진행은 지난해 봄 고양 오리온(캐롯의 전신)이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탈락한 직후 곧바로 이뤄졌다. 데이원은 매각 발표 후 곧바로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을 대표로 내세웠고, 초대 감독으로 안양 KGC에서 두 차례 우승을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을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리그 최고 슈터 전성현도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했다.
화려한 간판 밑은 허점투성이였다. 지난해 6월 한국농구연맹(KBL)의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가 진행됐으나 부실한 자료를 제출해 논란을 빚었다. 데이원의 재정 안정성이 문제가 됐고, 가입 승인은 한 차례 보류된 후에야 가까스로 이뤄졌다.
전력 보강보다 누수가 컸다. 슈터 전성현을 영입했지만, 리그 최고 수준의 빅맨 이승현은 팀을 떠나 전주 KCC로 향했다. 주득점원이었던 이대성은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이적했는데, 캐롯은 보상 선수가 아닌 현금을 선택했다. 올스타 2명을 내보내고 새 얼굴 1명과 ‘급전’만 채운 모양새가 됐다.
재정 문제는 계속 캐롯의 발목을 잡았다. 데이원은 KBL 특별회비(가입금) 15억원 중 5억원을 지난해 10월 7일까지 우선 납부하겠다고 했으나 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개막 직전에 완납했다. 이어 매달 5일 지불하던 선수단과 사무국의 임금을 지난달 13일까지 미루고서야 겨우 지불했다. 이달 역시 10일에야 월급 입금이 마무리됐다.
재정 불안이 심화한 건 데이원의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금난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역시 임금 체불, 하도급금 지연 등을 겪었고 결국 지난 6일 법원은 기업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내렸다. 창단한 지 6개월도 안 된 캐롯이 재매각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다.
흔들리는 팀 상황 속에서도 캐롯 선수단은 분전하고 있다. 23일 기준 22승 20패(정규리그 5위)로 PO 진출권에 있다. 전성현은 평균 19점(국내 1위)과 3점 슛 158개(전체 1위·성공률 39.5%)를 기록하며 MVP(최우수선수) 수상에 도전하고 있다. 김승기 감독도 "월급이 좀 늦어지긴 해도 다 주더라. (허재 대표도) '좋아질 것'이라 하셨고,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그런 김승기 감독의 '육성 집중 타깃'이 된 게 2년 차 가드 이정현이다. 그는 올 시즌 누적 출전 시간 1430분 11초(전체 1위)를 기록하며 팀의 대들보로 활약 중이다. 아직 어린 나이와 메인 볼 핸들러로서 막중해진 역할 탓에 기복도 있지만, 향상심을 유지하며 김 감독의 가르침을 녹여내고 있다.
이정현은 본지와 통화에서 “프로 2년 차에 불과한 내가 이렇게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 감독님께서는 (부진할 때뿐 아니라) 시즌 초반부터 한결같이 엄격하셨다”고 웃으면서 “최근 부진한 데는 체력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경기가 없는 2월 휴식기 동안 잔부상을 관리해 12경기가 몰려 있는 3월 좋은 경기력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
이정현은 “우리 선수들도 팀 상황을 기사로 접하고 있다. 분위기가 좀 어수선해지고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모두 프로 선수다. 지금은 6강 경쟁을 펼치는 시기로 중요한 경기들이 많이 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만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특별회비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데이원은 다음 달 31일까지 잔여금 10억원을 완납해야 한다. 캐롯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박노하 경영총괄 대표이사께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분전하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농구단을 살려놔야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며 "박 대표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마련한다'고 하신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KBL은 16일 열린 임시총회를 통해 "캐롯이 특별회비 잔여분 10억원을 납부하지 못하면 6강 PO 출전을 불허하기로 재확인했다"고 경고했다. 캐롯이 출전하지 못할 경우 차순위 팀이 대신 PO에 진출하게 된다.
다만 임금까지 체불됐던 현 상황에서 캐롯의 완납 가능성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긴 어렵다. 모기업이 흔들리고 있어 사태를 확실하게 반전시킬 카드도 마땅치 않다. 모기업이 투자 여력을 잃은 만큼 가입금을 내지 못하고 매각에 실패하면 최악의 사태까지도 가정해야 할 수 있다. 어떻게든 특별회비를 마련한 후 재매각이 되는 게 최선이다. 데이원의 행보에 따라 캐롯 선수단의 분전이, 올봄 PO 구도가, 프로농구 체제의 판도가 좌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