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년 차에 주축으로 성장한 이정현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기회에 감사하고, 봄 농구를 향한 꿈에만 집중했다.
이정현은 올 시즌 팀의 주축 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이제 프로 두 번째 시즌에 지나지 않지만 김승기 감독은 그를 점찍고 팀의 메인 볼핸들러로 기용하고 있다. 출전 시간만으로도 그의 비중을 알 수 있다. 22일 기준 누적 1430분 11초로 프로농구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전 시간이 길다는 건 체력 소모도 많다는 뜻이다. 아직 어린 이정현도 마찬가지. 지난 2라운드에는 평균 17.4점을 기록하는 등 활약했으나 5라운드 들어 평균 10.2점으로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다. 경기 중 기복이 나타나기도 하고, 작전 타임 때 김승기 감독의 호통이 나올 때도 늘었다. 이정현이 지나치게 긴 출전 시간 탓에 체력적 문제를 겪는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이정현은 "기회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정현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렇게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게 감사하다. 프로에 온 지 2년차 밖에 안 됐는데도 많은 기회를 주셨고, 덕분에 풀 타임 출전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국내 최고의 '가드 조련사' 중 한 명으로 통한다. 선수 시절 포지션 역시 가드였고, 안양 KGC를 이끄는 동안 변준형을 집중 육성한 끝에 국내 최고 톱 가드로 키워낸 바 있다.
이정현에게 김승기 감독의 엄격함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이정현은 “감독님께서는 시즌 초반부터도 한결같이 엄격하셨다”고 웃었다. 그는 “최근 문제를 겪은 데는 체력적인 부분도 없진 않다. 단순히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코트에서 해야 할 게 정말 많기 때문에 그렇다”고 돌아봤다.
프로 2년 동안 벌써 감독 두 명을 겪었다. 이정현은 지난해에도 강을준 당시 고양 오리온 감독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팀명도 감독도 바뀌었지만, 사령탑의 관심 어린 시선은 여전하다. 이정현은 "두 분은 스타일이 정말 다르시다"고 했다. 그는 "강을준 감독님께서는 한 시즌만 함께 했지만,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시던 분이었다. '자유롭게, 즐겁게 해라, 웃으면서 하자'라고 많이 말씀하셨고 자유롭고 창의성 있게 플레이하라고 강조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정현은 이어 "김승기 감독님께서는 정말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시는 분"이라며 "원하시는 플레이 하나하나를 선수들이 정확하게 해주기를 바라신다. 바운드 패스, 스틸, 가드로서 슈터를 살려주는 방법, 내 공격과 팀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신다"고 설명했다.
지쳐있던 이정현은 단비와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삼성과 홈 경기를 마지막으로 2월 동안에는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 이정현은 "최근 경기력도 많이 떨어졌는데, 잘 쉬면서 페이스를 회복하겠다"며 "사소하지만 잔 부상도 어느 정도 있다. 그런 부분들을 휴식기 동안 관리하겠다. 3월 1일부터는 12경기가 몰려 있다. 좋은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정규리그 22승 20패로 5위에 머물러 있는 캐롯은 봄 농구 진출이 유력하다. 최근 구단의 미납금 문제로 자칫 플레이오프 출전이 무산될 수도 있지만, 성적만큼은 기대 이상이다. 이정현은 "봄 농구 각오를 말하기엔 아직 많이 이르다"고 웃으면서도 "지난 시즌 봄 농구를 처음 경험했는데, 정말 즐거웠다. 정규리그 때보다 더 즐거웠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한 번 더 하고 싶다. 또 그런 경험을 하면 선수로서도 성장한다고 믿고 있다. 그 성장을 위해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