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에서 최정(36·SSG 랜더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내야수 중 전문 3루수는 그가 유일하다. 최정은 "많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당초 최종 엔트리에 포함할 3루수로 유력했던 건 최정과 허경민(33·두산 베어스)이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허경민의 출전이 불발되면서 최정이 외롭게 핫코너를 지키게 됐다.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은 노시환(한화 이글스)과 황재균(KT 위즈)을 비롯한 전문 3루수를 추가 발탁하지 않았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오지환(33·LG 트윈스)과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을 백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만큼 최정을 향한 신뢰가 두텁다. 기복이 크지 않은 플레이 스타일도 한몫한다.
최정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이 할 생각"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2009년 WBC 준우승 멤버다. 정근우·고영민·박기혁·이범호를 비롯한 선배들과 내야를 지켜 한국 야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하지만 2013년 WBC에선 대표팀의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을 현장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한국 야구가 치른 WBC의 냉탕과 온탕을 모두 경험했다. 이번이 개인 세 번째 WBC 출전이다.
최정은 "(2013년이랑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 그때는 선배도 많았고, 그냥 재밌게 하려고 했다. 잘하려고 하면 긴장하니까 즐기자는 마인드였다"며 "(이번에는) 국제대회가 아닌 정규시즌이라고 생각해 어떻게 해서든 팀에 도움이 되게끔 플레이하려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KBO리그를 2000경기 이상 뛰었다. 3루수 골든글러브를 개인 통산 8번이나 받은 스타플레이어지만 그는 "(2013년 대회를 돌이켜 보면) 지금이 더 긴장되는 거 같다. 경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그렇다. 그걸 이겨내려고 경기 때 더 집중해서 하려고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훈련. 대표팀 최정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SSG를 통합 우승을 이끈 최정의 시즌은 길었다. 한국시리즈를 치르느라 11월 8일에야 모든 일정이 끝났다. 그런데 쉴 틈이 없었다. 그는 "(3월에 열리는 WBC를 고려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거의 11월 말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똑같이 루틴을 이어가다가 (소속팀 훈련지인) 플로리다 캠프에서 남들보다 페이스를 빨리 올렸다"며 "기술적으로 많이 올라온 느낌이다. 100% 몸 상태가 아니지만 좋아지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최정은 쾌조의 타격 컨디션을 자랑한다. 지난 17일(한국시간) 열린 NC 다이노스와 첫 번째 연습 경기에선 1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2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1타수 1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했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유인구를 커트하면서 볼을 골라내고 결정구를 노련하게 받아쳤다. 대표팀 타자 중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이강철 감독은 두 경기 모두 최정은 3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현역 빅리거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추후 대표팀에 합류하더라도 최정은 중심 타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박병호(KT)와 함께 우타 핵심 자원이다.
최정은 욕심을 내려놨다. 장타가 아닌 팀 배팅을 생각한다. 그는 "(난) 투수 낯을 많이 가린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모르는 투수가 나왔을 때 삼진을 안 먹는다는 마인드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겠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든 플레이가 되니까 일단 그런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설 거"라며 "아직 (연습) 경기가 많이 남아있으니까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맞춰 나가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