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BC 대표팀. 사진=연합뉴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는 한국 대표팀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대회 선전을 바탕으로 KBO리그의 인기 회복을 노린다.
포문은 이강철(KT 위즈) 야구 대표팀 감독이 열었다. 이 감독은 지난달 16일 선수들과 오리엔테이션을 가진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모든 분이 (한국 야구가) 위기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번 대회를 기회로 삼겠다. 신예와 베테랑으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 선수들과 최대한 많은 경기를 하도록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냈다.
한국 야구는 2000년대 중후반 WBC와 베이징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2012년 7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열었다. 2016년 사상 첫 800만 관중 역사를 썼다. 2017년 역대 최다 관중인 840만 688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제대회 부진과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반복되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607만 6074명으로 감소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 선수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점점 커진다. 그래서 이번 WBC 대회를 발판 삼아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다. 일단 대회 선전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임무다.
박해민(LG 트윈스)은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하고 싶지만, 그보다 도쿄올림픽서 일본에 대한 패배를 설욕하고 싶다"며 "한 경기라도 더 이겨 미국에 가고 싶다. 한국 야구가 위기라고 하는데 WBC에서 호성적을 거둬 인기 회복의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또한 새로운 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작은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박세웅은 "WBC는 야구 종목에서 가장 큰 국제대회"라며 "매년 야구 인기가 조금씩 식어가는 것을 선수들도 많이 느낀다. 이번 대회서 좋은 성적을 내야 야구의 인기 회복과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마무리 고우석(LG 트윈스)은 "야구 위기론이 계속 언급되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WBC를 보며 꿈을 키워왔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야구가 위기다'는 말이 쏙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함께 B조에 속한 한국은 4강 진출을 목표한다. 첫 경기인 9일 호주와의 경기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대표팀 내 많은 선수들이 글러브에 태극기를 새겨 필승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은 한국 야구의 미래 유망주를 양산하는 좋은 길이기도 하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우리가 잘해야 앞으로 야구할 후배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우리를 보고 야구를 몰랐던 사람들이 야구를 알게 되고,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던 애들이 우리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시작하면 야구 인프라도 그렇게 좋아질 거"라고 말했다. 박세웅은 "최근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성적(16강 진출)이 좋아, 야구보다 축구나 다른 인기 스포츠를 시작하는 선수들이 많다더라"며 "우리가 어릴 때 WBC와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큰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둬 야구를 하는 어린 선수들이 늘어나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