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첫 장편 주연작인 영화 ‘다음 소희’로 ‘제57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식에 참석한 배우 김시은. 배우에게 ‘다음 소희’가 이런 강렬함을 선사했다면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김시은이라는 낯선 배우가 가진 날것의 매력을 보여준다.
김시은은 최근 ‘다음 소희’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배우가 돼야겠다고 했을 때 막연하게 꿨던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단계인 것 같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약간 실감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 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시은은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하기 위해 콜센터에 나갔다가 잔혹한 사회의 일면을 보고 고립돼 가는 소희 역을 맡아 영화 초반부를 강렬하게 이끌어간다.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정주리 감독은 ‘다음 소희’ 언론 시사회 때 김시은의 연기에 대해 “김시은은 보자마자 소희 같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김시은에게 이에 대해 묻자 “아마 소희가 사회인으로 갖고 있던 어떤 미성숙함 같은 것을 내게서도 보신 게 아닌가 싶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오디션 때 ‘다음 소희’ 대본의 대사를 한 줄도 읽지 않았어요. 그냥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고, 그걸 통해서 캐스팅 됐거든요. 감독님이 대화를 하다가 ‘다음에 만나면’이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리고 소희가 됐죠.”
‘정주리 감독이 김시은의 안에서 어떤 소희를 봤던 것 같으냐’고 질문하자 김시은은 “소희는 사회생활을 열심히는 하지만 잘하지는 못한다. 미성숙함이 티가 나는 아이”라며 “연기를 하면서 나 역시 내게서 그런 부분을 느꼈다. 그 지점이 소희와 나의 비슷한 점 아니었나 싶다”고 대답했다.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그래도 영화 속 소희는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일을 더 열심히 해봤다가 아예 하지 않아 봤다가, 참았다가 저항했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했다가 홀로 속으로 삭였다가 하며 나름의 방법을 강구한다. 불합리한 일을 쉽게 참지 않는 고등학생 소희를 연기하며 김시은에게도 그런 면이 묻었다.
“부당한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이 할 말은 하는 소희를 보며 대리만족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예전에는 하고 싶은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선 얘기를 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만약 내가 잘못 생각한 거라면 그것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하고 살 순 없겠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올바른 일이라면 어느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참고 사는 게 꼭 착한 것만은 아니고, 그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어쩌면 영화가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이것일지 모른다. 소희도 유진도 나름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은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주위에서 누구도 그러한 문제에 함께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면 문제제기를 한 사람만 더욱 고립될 뿐이다.
김시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감상평은 ‘다음 소희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살면서 어느 시점에선 목격하고 겪었을지 모르는 이 세상 수많은 소희의 이야기들이 ‘다음 소희’를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칸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음 소희’를 봤어요. 관객 분들 가운데 ‘나도 누군가의 문제에 방관자가 된 적은 없었는가’ 하는 생각을 갖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저는 그런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반응을 듣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아직 예정된 다음 작품이 없는 상태지만, 아마도 ‘다음 소희’ 개봉을 기점으로 김시은은 무척 바쁜 배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충무로는 늘 새로운 얼굴을 원하고, 김시은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을 가진 연기자는 흔치 않으니까.
“저도 궁금해요.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을 하게 되고 대중 앞에서 어떤 면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가요. 일단은 ‘다음 소희’가 관객 분들께 잘 다가가길 바라요. 사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 분들이 온라인 공간에 남겨주신 후기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있거든요. 개봉 이후엔 또 어떤 반응이 나올지 무척 궁금해요.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한국 관객들의 평가는 처음 받는 거라 더욱 떨려요. 기대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