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김에 살지만, 태어난 김에 성공도 했다. 출연만 하면 시청률은 따 놓은 당상이다. 기안84가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22일 종영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첫 회부터 4.6%의 시청률을 기록, ‘런닝맨’을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올라섰다. 2049 시청률 역시 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일요일 대표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태계일주’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무작정 남미로 떠난 기안84와 그를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달려온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현지 밀착 여행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는 세 사람의 모습은 다양한 여행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기안84는 꾸밈없고 솔직한 모습을 드러냈다. 볼리비아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쳐와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현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기안84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연출을 맡은 김지우 PD는 “망하는 여행을 만들고 싶었다”며 “친한 사람이랑 가면 밥이 맛없어도 좋고 숙소가 형편없어도 재밌지 않나. 기존 여행 예능이 좋은 풍경과 아름다움을 담았다면 저희는 안 해본 것, 독특한 것을 찾아간다”고 차별점을 밝힌 바 있다.
‘태계일주’는 여타 여행 예능에서는 느껴볼 수 없던 ‘날 것’ 그 자체를 보여줬다.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확정, 또 다른 여행지에서 기안84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기안84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김광규, 전현무 다음으로 가장 오래된 멤버로 꼽힌다. 첫 출연은 2016년 6월.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캐릭터의 등장에 방송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웹툰 작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30대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안84의 매력 중 하나다. 아무리 관찰 예능이라고 해도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기란 쉽지 않다. 길거리에 앉아 살을 발라낸 닭 뼈를 가방에 넣거나 물티슈를 과자 봉지처럼 뜯는 그의 모습은 특이하다는 말을 넘어 독특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했으면 이상한 행동도 기안84가 하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이 시청자들의 웃음 포인트로 작용했다. 그동안 연예인들의 보여주기식 예능에서 벗어나 현실을 100% 반영한 그의 모습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집에 쌓여있는 빨랫감, 누워있는 모습도 20~30대의 일반 청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안84는 2017년 개그우먼 박나래와 ‘베스트 커플상’을 시작으로 매년 방송사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으며 인기 예능인으로 자리를 굳건히 다져가고 있다.
‘태계일주’를 통해 ‘MBC의 아들’ 수식어까지 얻은 기안84는 당분간 뜨거운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나 혼자 산다’에서 동네 형 같은 털털함을 뽐냈던 그가 ‘태계일주’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다양한 매력을 지녔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방송활동 초반만 해도 장황한 수상소감, 선 넘는 발언 등으로 각종 논란에 휩싸였으나 그럴 때마다 기안84는 장점인 진솔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나 앞으로도 꾸준한 방송활동을 위해서는 행동과 발언 등에 신중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찢남’에 이어 시즌2로 돌아올 ‘태계일주’에서는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