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흥국생명 흥국생명 김기중(48) 신임 감독이 사령탑에 선임된 지 닷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흥국생명은 10일 "김기중 감독이 심사숙고 끝에 감독 선임을 최종적으로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라고 발표했다. 김기중 감독은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를 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이다. 지금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동안 노력해 준 선수단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고사 사유를 밝혔다. 당분간 감독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지난 2일 권순찬 감독을 경질한 흥국생명은 나흘 뒤인 6일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했다"라고 발표했다. 구단은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지도력을 겸비한 김기중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성균관대-삼성화재 출신의 김기중 감독은 은퇴 후 GS 칼텍스, LIG, 현대캐피탈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박미희 전 감독이 흥국생명을 잡고 있던 2018년부터 4년 간 수석코치를 맡아 팀 내 사정에 대해 이해도가 높았다. 이 기간 흥국생명은 2018~19시즌 통합 우승, 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김기중 감독은 "지난 4년간 흥국생명에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다시 흥국생명에 돌아와 감독직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었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김기중 감독은 소방수가 되지 못하고 팀을 떠난다.
감독에 임명되고 첫 경기였던 지난 8일 IBK기업은행전에서 감독석을 비웠다. 구단은 "감독 선임 업무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내놓았다. 이날 감독대행을 맡은 김대경 코치는 "신임 감독과 선수단 상견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행정상의 이유가 아닌 더 큰 문제가 숨어 있어서였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선수단 내 반발도 심했다. 이에 김기중 감독도 크게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과 작별했다.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사실상의 경질이다. 이 과정에서 구단의 입장과 달리 권순찬 감독과 선수단은 '윗선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