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7일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디지털 시민 원팀'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KT 제공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가 조만간 판가름 날 전망이다. 내부 심사 과정에서 한 차례 지연이 있었던 만큼 무리 없이 단독 후보로 추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표의 향방도 관전 포인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이르면 13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구 대표의 연임 적격성을 판단한다. 늦어도 16일까지는 심사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구 대표는 지난달 8일 공식적으로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심사위원회가 꾸려져 관련 절차에 돌입했고 지난 8일 비공개회의가 진행됐는데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사회 내부에서 찬반이 갈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KT 측은 이사회와 관련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회사 정관상 정기 주총 3개월 전에 새로운 대표 후보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많지 않다.
KT 이사는 최근 3년 이내 본인의 중대한 과실 또는 경영상 책임으로 퇴직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 또는 선고·집행유예를 받으면 자격을 박탈당한다.
구 대표는 정치자금 불법 후원 의혹으로 재판부로부터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뒤 이에 불복해 1심 재판을 진행 중인데, 승소하지 못해도 벌금형이 금고형 이하에 해당하는 처벌이라 이사 요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경영 성적만 놓고 보면 구 대표는 올해 이동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3년 새 주가는 40%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기업 가치가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KT 광화문 이스트 사옥. KT 제공 탈통신의 일환으로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을 선언한 이후 신사업 매출 비중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통신사업 누적 서비스 매출이 3년 전과 비교해 한 자릿수 늘어난 데 반해 디지코 B2C(미디어·모바일 플랫폼)와 디지코 B2B(AI 콜센터·모빌리티·클라우드)는 각각 20.1%, 21.9% 성장했다.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1위와 최고시청률 17.5%를 기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오리지널 시리즈의 흥행으로 KT스튜디오지니·나스미디어 등 콘텐츠 자회사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했다.
미디어·콘텐츠 사업으로 대박을 터뜨린 구현모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미래 먹거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의지를 피력하며 존재감을 각인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초거대 AI 모델·차세대 AI 반도체·AI 인재 양성을 핵심축으로 하는 'AI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AI 물류로만 2025년까지 약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세상을 구현하는 '디지털 시민 원팀'을 출범했다.
금융 사기와 사이버 폭력 등 디지털 전환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했다. 최근 CEO의 주요 평가 요소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가 단독 후보에 올라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연임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앞으로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다.
국민연금은 KT의 지분 10.35%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올해 9월 KT와 모빌리티 혈맹을 맺은 현대차그룹이 7.79%, 신한은행이 5.48%로 뒤를 잇는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도 소유분산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지배구조가 확고한 기업과 다른 측면에서 강화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본다"고 말했다.